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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시장과 새벽장

등록일 2016-08-24 02:01 게재일 2016-08-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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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용일 포항문화원장
▲ 배용일 포항문화원장

나는 포항을 무척 사랑하고 있다. 포항은 연오랑세오녀 일월신화의 브랜드 도시, 한국 여명의 도시로 역사 문화적인 정체성을 알면 포항의 미래가 보인다.

일찍이 30년대 후반부터 아내와 함께 일주일에 두세번씩 새벽시장 다니기를 생활화 하고 있다. 조선시대부터 유명했던 죽도시장과 6·25전쟁 후 근래 형성되기 시작한 포항 구역(舊驛)의 새벽시장을 다녔다.

길가에 좌판을 깔고 새벽부터 아침까지 내내 각종 채소와 지역의 특산물을 팔려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은 한 사람도 찡그리는 표정 없이 밝고 맑은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나는 새벽장의 상인들을 보고 삶의 활기를 보고 느끼는 큰 깨우침을 배운 지 오래되었다. 새벽장의 왁자지껄한 활기찬 기운에서 평소의 고민되고 우울했던 일이 한꺼번에 사치스러웠던 일로 눈 녹듯이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요즘 전통시장이 현대화됐다고 하지만 어찌 한여름의 폭염과 엄동설한의 한파에 괴롭지 않겠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저 상인들은 서로에게 의지해가며 오늘도 열심히 손님을 부르며 삶을 개척해나가느라 여념이 없다. 저 악착스럽고 강인함이 포항의 아들 딸을 키워내고 살림살이들을 다 차려 나갈 수 있도록 하지 않았던가.

특히 정년 후에도 대학 내외의 강의와 포항 역사문화 연구 등의 일거리가 있어 한가하지 않은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어느새 나는 새로운 활력소가 샘솟는 즐거운 일이 생겼다. 바로 아내와 함께 일주일에 두세번씩 죽도시장 새벽장과 간혹 포항역의 새벽 번개시장에 다녀오는 일이었다. 집에서 오거리까지 2km 정도 걸으며 여명의 죽도시장 새벽장 기운과 반가운 인사로 덤을 주고 받는 넉넉한 인심의 훈훈한 정을 만끽한다. 뿐만아니라 지난날 어머니의 보리밥과 열무김치의 위대한 밥상을 맛볼 수 있는, 인생 후반의 새로운 즐거움을 더 할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오늘의 죽도시장이 있기 전까지는 지난날 죽도재래시장을 조성하는데 열과 성을 다한 조선후기 영일만 포항의 입향 선조들의 개척적인 삶이 큰 토대를 이루었으며 이후 숱한 역사의 고비를 넘기며 오늘의 현대적 재래시장, 경북 제1의 전국적 죽도시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오늘날의 죽도시장은 6·25전쟁 후, 돌아가신 대아가족 창업 회장님과 죽도시장 상인단체연합회 등을 이끄신 선도적 애향 인사들, 포항의 자랑스러운 글로벌 기업 포스코 등의 남다른 죽도재래시장 사랑, 반세기 동안 죽도시장을 지켜준 수많은 도소매 상인들, 그리고 꾸준히 애용해주신 시민과 방문객들의 정성스럽고 자랑스러운 합작품이므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또한 특히 천혜의 한국 해맞이 성지, 영일만 포항에서 죽도시장의 활기찬 아침을 여는 `새벽장`과 함께 오랜 세월 수십년간 해산물은 물론 멀리서 죽장, 장기, 기북 등 각 지역의 특산물을 손수 재배하고 장만하여 내다놓는 현지 상인들과 내고장의 청정 먹거리들이 영일만 일출의 해돋이 기운을 듬뿍 담아주어 21세기 영일만 르네상스를 향한 새로운 도약의 잠재력이 되고 있다.

동해안 최대의 전통재래시장, 죽도시장(동빈내항, 칠성천, 양학천이 둘러진 대나무섬시장, 죽도와 죽림사의 명칭을 보아 대나무가 많았음을 알 수 있음)의 명물 새벽장을 잘 가꾸어 발전시키는 한국화·세계화의 꿈을 꾸어본다. 한국의 아침을 여는 여명의 고장 포항, 자연의 찬란한 빛과 활기찬 인간의 삶이 함께 어우러지는 포항만의 색깔을 가진 죽도시장의 `새벽장터`를 만들어가면 어떨까. 전통과 현대의 미래화를 지향하는 지혜로운 포항인의 화합과 개척 정신으로 `함께 하는 포항, 도약하는 포항`을 건설하는 참신한 연구와 기획 및 그 실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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