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부산을 출발하여 새로 개통된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를 기분 좋게 질주하는 도중 갑자기 소나기를 만났다. 때리는 듯 강한 비가 고대하고 있었던 저녁의 불빛 축제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금세 그치고 여름 햇살이 되돌아왔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포항문화예술회관. 한·중·러·일 문화교류공연이 개최되고 있었다. 포항시립교향악단의 훌륭한 연주로 시작되어, 일본에서 온 후쿠야마시의 아이야부시(アイヤ節) 보존회가 무용을 선보였고, 잘 훈련된 지역 청소년의 태권도 시범연기, 러시아민속악단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 중국 무용단의 화려한 무용과 깜짝 놀랄만한 연출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모두가 포항시의 자매도시에서 파견되었다고 하니, 포항시가 국제도시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필로스호텔에서 개최된 포항시장 주최 환영리셉션에는 지역의 유명인사와 포항시의 국회의원, 인근 경주시장과 울산시장, 각 자매도시에서 파견된 대표단과 서울주재 각국 대사 등 각계각층의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자국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국제친선·우호의 화합이 펼쳐지는 것을 실감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린 국제불빛축제. 영일만에 면한 해수욕장에 설치된 특설무대 앞의 특별석에 안내되었다. 이미 행사장은 수 만 명의 열기가 넘치고 있었다. 오프닝 공연에 이어 불빛축제가 시작되었지만, 불꽃의 양과 크기, 속도, 아름다움에 그저 할말을 잃을 따름이었다. 가장 좋은 자리에서 감상한 탓인지, 머리 바로 위에서 터지는 커다란 일곱 빛깔의 불덩어리가 폭발음과 함께 나에게 날아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박력이었다. 포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나 대만의 불꽃팀도 참가했고, 그렇게 들었지만 실제로 눈 앞에서 보니 국제불빛축제라는 이름에 걸맞는 훌륭한 행사임을 실감했다.
많은 해외 관광객, 포항시민과 하나가 되어 즐길 수 있었지만 안내, 행사장 정비, 뒷정리, 청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린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 덕분이다. 수많은 행사진행 스태프들이 뒷받침이 되어 13년간 이어온 포항국제불빛축제가 앞으로도 발전하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다음 날, 포항시청의 안내로 호미곶 일출광장에 있는 새천년기념관과 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를 방문하였다. 구룡포는 과거에 일본에서 건너온 수 많은 어민에 의해 조성된 마을로, 남아 있는 일본식 가옥과 거리가 복원·정비되어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어 있었다. 일본의 기모노를 입고 유유히 거리를 거니는 젊은이가 눈에 띄었다. 20~30년 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다. 광복 후 71년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진 분들도 아직 계시는 가운데, 과거를 극복하고 일본과의 가교를 위해 있는 그대로의 현재의 일본을 받아들이려고 애써 주시는 포항시민의 따뜻한 마음이 너무 감사했다. 이 또한 포항이 국제도시로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까.
1박2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새로운 현재진행형인 포항의 다양한 표정을 접하면서, 최전선에서 한·일 양국의 외교를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여행이기도 했다.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주신 포항시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