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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완성할 깜냥이 될까 생각도”

연합뉴스
등록일 2016-08-11 02:01 게재일 2016-08-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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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대동여지도` 강우석 감독<BR>“첫 사극 도전… 신인 때 만큼 긴장”

“제가 과거에 어떤 영화를 만들었는지, 이 한 편의 영화로 다 잊혔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투캅스`, `공공의 적` 시리즈를 흥행시키고 `실미도`로 한국영화 최초로 1천만 관객을 동원한 강우석 감독. 한국 영화계를 30여년간 이끌어온 베테랑이지만 9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강 감독은 신인시절로 돌아가기라도 한 듯 잔뜩 긴장해 있었다.

`고산자…`는 조선 최고의 지도로 평가받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지리학자 김정호 선생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삶을 다룬 영화다. 강 감독의 스무 번째 영화이자, 첫 번째 사극 도전작이다. 고산자(古山子)는 김정호 선생의 호다.

실존 인물을 스크린에서 부활시킨다는 부담감이 컸기 때문일까. 아니면 `전설의 주먹`(2012) 흥행 실패 이후 오랜 만에 내놓은 작품이어서일까.

강 감독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고, 신인감독 때처럼 긴장된다”고 털어놨다.

강 감독이 역사 속 김정호를 만난 것은 박범신 작가의 소설 `고산자`를 통해서다.

처음 소설을 접했을 때는 영화로 만들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책을 덮어도 김정호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그에 대해 조사를 하면 할수록 스크린에 옮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다고 했다.

김정호가 1861년(철종 12년)에 만든 대동여지도는 우리나라 지도 제작의 전통을집대성한 최고의 지도로 꼽힌다. 조선의 산맥과 강줄기 하나하나까지 정확하게 그려넣었다. 특히 백성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대량 생산이 가능한 목판 인쇄 방식으로 제작됐다. 아울러 지도를 휴대하기 쉽게 가로 20cm, 세로 30cm 크기의 책 22권 속에 전국지도를 담았다. 마치 병풍처럼 펴고 접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책 22권을 모두 펼쳐 연결하면 세로 약 6.7m, 가로 약 3.8m 크기의 대형 지도가 된다. 이는우리의 옛 전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강 감독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된 대동여지도 실제 목판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목판을 처음 본 순간 `사람이 만든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정교함에 짓눌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내가 `이런 영화를 완성할 수 있는 깜냥이 되나`하고 생각하며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정호 역은 tvN `삼시 세끼`를 통해 `차줌마`란 별명을 얻으며 국민 배우로 떠오른 차승원이 맡았다. 강 감독이 처음부터 차승원을 주인공으로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김정호 역을 맡기에는 키가 너무 크고, 그의 연기에 대한 확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강 감독은 그러면서 캐스팅 비화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영화 투자자들이 주연배우 후보로 4명의 톱배우를 제시했고, 그 가운데 차승원의 이름도 있었죠.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김정호의 실제 초상화를 보고 차승원을 떠올리는 스태프들이 있었어요. 또 영화 `신라의 달밤`과 `아들`을 보면서 코믹연기뿐만 아니라 사람을 울리는 연기도 되는구나 확신하게 됐죠.”

그렇다고 차승원이 흔쾌히 캐스팅에 응했던 것은 아니다. 그 역시 고민이 많았을 터. 차승원은 “역사 속에 단 몇 줄로 기록된 김정호라는 인물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난감했다”면서 “특히 실존 인물을 다룬 작품인 만큼 그 분께 누를 끼칠까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지도를 두고 권력을 장악하려는 흥선대원군 역은 유준상이, 김정호 곁에서 목판제작을 돕는 `바우`역은 김인권, 김정호의 하나뿐인 딸 `순실`역은 남지현이 각각 맡았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대한민국 팔도 절경 그 자체다. 제작진은 김정호의 여정을 좇아 한국의 최남단 마라도부터 합천 황매산, 강원도 양양, 여수 여자만, 북한강 그리고 최북단 백두산까지 총 9개월간 1만6천여㎞에 달하는 거리를 발로 뛰어 화면에 담아냈다. 이날 공개된 예고 영상에서는 특히 백두산 천지의 풍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개봉은 9월 7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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