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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살인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8-09 02:01 게재일 2016-08-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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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서는 `명예살인`으로 죽는 여성이 연간 2천명 가량 된다.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남자가족이 여자를 죽이는 풍습인데, 식구들이 “용서해주라”하면 무죄 석방된다. 최근 유명 모델 발로치가 노출이 좀 심한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친오빠 손에 숨졌다. 그녀는 평소에도 `죽을 짓`을 해왔다. “크리켓 국가대표팀이 세계대회에 우승하면 홀랑 벗겠다” “나는 평등이 좋다. 여자가 차별받는 것이 싫다” “파키스탄에는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다” 등등 `막말`을 하더니 결국 잠자는 새에 오빠가 목을 졸랐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3개월 간 700여 명의 마약사범이 살해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당선된 후 곧바로 `살인공약`을 실천했다. “10만명의 마약사범을 죽이는 것이 내 목표”라 했고, “당신이 마약중독자를 알고 있다면 직접 가서 죽여라”며 `007 살인면허`를 주었다. 공판 같은 적법절차는 없다. “저놈 마약 거래하는 놈이다” 한 마디에 그냥 총살을 해도 죄가 안 된다. 길거리에서 총맞아 죽는 사람이 널려 있고, 마닐라 해변에는 시체들이 떠다니고, 경찰은 미운놈을 마약사범으로 몰아 죽이기까지 한다.

지난 6월 30일에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6개월 내로 범죄와 부패를 뿌리뽑겠다” 했고, 현재 마약사범 5천명 가량 체포하고, 자수한 인원은 15만명 가량된다. 인권론자들은 “인권·법치 훼손”이라 비판하며 `즉결처형`된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인권은 범죄자 보호의 핑계가 될 수 없다” 했다. 이런 `범죄 청소`에 대해 필리핀 국민 91%가 지지한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3개월 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군부 쿠데타를 핑계로 군인, 행정공무원, 법조계, 교육계, 언론인 등 5만명을 직장에서 내쫓았고, TV와 라디오 24곳의 허가를 취소했다. 그리고 사형제도를 부활할 예정이다. 터키는 사형제도가 없어진 나라지만, 이를 부활시켜 쿠데타 군인 수만 명을 죽여버릴 생각이다. 폭염 속에서 `합법적 살인열풍`이 몰아친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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