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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공화국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8-03 02:01 게재일 2016-08-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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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한복판, 이탈리아 남쪽에 있는 작은 섬나라. 넓이는 한반도의 1000분의 1, 제주도의 6분의 1에 불과하고, 인구는 포항시보다 10만 명이 적은 41만이지만, 명색이 `독립국가`다. 그러나 “로마교황청이 있는 바티칸 시국(市國)보다 크고, 싱가포르와 맞먹는다”란 자부심을 가졌다. 국민소득도 한국에 바싹 따라붙는 수준이라 결코 빌빌대지 않는데, 짙푸른 지중해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대체로 몰타에서 찍고, 기후가 포근해서 관광산업이 번성하고, 물가가 싸고 인심이 좋아서 `은퇴자의 고향`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작은 나라들이 흔히 그렇지만, 두뇌산업·지식산업이 주축을 이룬다.

몰타의 절대적 자부심은 수도 발레타에 있다. 천하무적 오스만투르크 대군을 당당히 막아낸 곳이기 때문이다. “세계 전쟁사에서 이런 곳 있거든 나와 봐!” 이렇게 큰소리 친다.

또 하나의 자랑은 천재화가 카라바조의 불후의 명작 2점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는 `세례요한의 처형`과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을 그렸고, 몰타가 그 두 작품을 소장하면서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들인다. `골리앗의…`은 그가 죽기 직전 유서 대신 그린 유화(遺畵)다. 골리앗의 얼굴이 바로 카라바조 자신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미캘란젤로가 죽은 후 몇 년후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의 환생`이란 말도 듣는 천재지만, 성격이 워낙 괴팍해서 살인을 하고 도망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명화 한 장 그려주는 것으로 사면받아 감옥살이는 하지 않았다.

볼품 없는 섬나라지만, 2003년 유럽연합(EU)에 당당히 가입했고, 내년에는 EU 의장국이 되므로 윤병세 외무장관이 얼마전 몰타를 예방, 총리와 외교장관을 만나 `북핵문제를 협의`했다. 몰타에는 북한 노동자들이 돈 벌러 많이 와 있는데, 그들에게 돌아갈 임금을 착취당하고,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인권을 침해당한다는 이유로 `비자 연장`을 중단, 그들을 쫓아냈으며, 다시는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그런 나라가 있는지도 몰랐던 몰타, 북핵문제와 인권에는 엄청 다부지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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