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한수`라 불리는 신공항 김해공항 확장 결정이 과연 국가 발전과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것인가는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정치권이 국책사업에 개입해 정책 방향이 선회함으로써 국익에는 보탬이 되지 않은 사례가 많다. 이번 신공항 의사결정의 배경에는 공항입지 타당성과 효율성보다 지역 갈등의 봉합에 방점을 두고 결정을 내린 결과가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석연치 않다. 입지 선정 총점에서 김해, 밀양, 가덕도의 순위는 일반적으로 타당성이 있어 보이나 지역민 달래기라는 결정임을 엿볼 수 있다. 대형국가 프로젝트사업은 장기적 차원에서 지역민이 다소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국익 우선으로 결정돼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 백지화된 신공항을 박근혜 정권이 대선공약으로 불을 지폈기 때문에 10여 년간 끌어온 지역이기주의 갈등이 증폭되고 사회적 기회비용을 유발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편승한 의사결정은 후일에 반드시 후유증이 발생한다는 교훈을 우리는 많이 봐왔다.
글로벌시대의 국제공항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세계 속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무역의 규모는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무역대국으로 성장하였다. 글로벌경쟁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국제공항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경제의 변수는 수도권의 규제가 서서히 풀리면서 기업이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어 지방경제는 파탄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지방은 신공항을 신설하여 다소나마 수도권과 격차를 줄이고자 몸부림치고 있다. 처음 시작은 김해공항이 국제공항으로 한계성이 있고 현재는 공항수요가 급증하여 활주로용량 포화 등 수용능력의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됐다. 또 김해공항은 인접주민 항공소음으로 민원 문제 발생에 대응한 해결방향과 남부지역민의 편의성 제공 등의 이유로 신공항문제가 대두됐다.
필자는 2007년 2월 부산상공회의소 주최 국제신공항 추진협의회 추진위원으로 대토론회의 지정토론자로 참여했다. 당시 출범식에 참석한 단체는 부산상공회의소, 대구상공회의소, 울산상공회소, 경북·경남상공회의소 중심의 순수한 경제단체가 남부권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고자 지혜를 모아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였다. 혹시나 지역이기주의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신공항의 입지를 정하지 말고 당위성과 미래 국제항공수요에 대응하는 수준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하였다. 처음 시작은 경제적인 접근으로 타당성 효율성을 중점적으로 강조하였다. 하지만 지역정치권이 표를 의식하여 적극 개입하면서 부산은 가덕도, 대구, 울산, 경북, 경남은 밀양으로 갈라져 무차별적 소모성 경쟁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신 국제공항을 내세워 새로운 국면을 직면하게 되었다. 잠잠하던 밀양과 부산은 국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지역민의 정서에만 급급해 올인하게 됐다. 남부지방의 신 국제공항 유치경쟁은 대구·울산·경남·경북과 부산으로 첨예하게 여론이 갈라져 망국적 지역 갈등이 심각해져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소득증가,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의 소득증가로 항공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지선정에 발이 묶여 우리나라는 국제경쟁에 밀리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신 김해공항은 지역적인 문제가 아니고 영남 호남을 아우르는 국제 허브공항에 걸맞은 규모로 설립되어야 한다. 과거는 물류흐름이 Sea & Air가 추세였으나 오늘날 항공수요가 급증하면서 각국은 Air & Air의 물류 중심으로 이동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하여 지역기업과 주민들의 편의차원에서 글로벌시대에 대응하는 신 국제공항은 남부지방에 꼭 필요한 SOC시설이다. 아울러 대형국책사업은 전문성 있는 기관에 맡겨 경제적인 효율성을 제고하여 결정하는 문화를 창출해야 한다. 10여 년 동안 사막에서 신기루를 찾아 헤매던 영남지역민들의 허탈감과 비용은 모두 그들의 짐이다.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정치권은 이제 국책사업에 국익을 우선에 두고 임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