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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민주주의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6-14 02:01 게재일 2016-06-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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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유난히 직접민주주의를 좋아한다. 툭하면 국민투표를 하니, 행정부나 입법부가 하는 일이 별로 없고, 그러니 대통령의 이름을 아는 국민도 극히 적다.

스위스 국립대학 정치학과 학생들에게 “대통령의 이름을 아는 사람 손 들어” 했더니 손 든 사람은 둘 뿐이었다. 그런데 그 학생들이 대는 이름은 현직이 아니라 직전 대통령이었다.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다.

스위스인들은 시민회관 하나 짓는 것도 국민투표로 결정한다. 그런데 가결보다 부결이 더 많다. 시민회관도 두 번 부결됐다가 세번째 가결됐다. 행정부나 입법부가 갑질할 여지가 없으니, 국민이 허파 뒤집어질 일도 없다.

우리나라는 간접민주주의(대의정치)에 길들여졌는데, 그 뜻이야 “국민의 뜻을 대변”한다 하지만 국회가 국민의 뜻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을 터이다. `법을 만드는 권한`을 가진 국회라, 자기들 이익되는 법만 자꾸 만들어서 온갖 특권을 누린다. 이것은 절대 `국민의 뜻`이 아니다. 선거때가 되면 `특권내려놓기`를 외치지만, 선거 끝나면 싹 입을 씻는다. 그래서 “국회의원의 권한을 정하는 국민투표를 하자”하는 소리도 나오지만, 그것도 국회가 호응을 해야 한다.

우리 헌법 제72조에 “대통령은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국민투표는 돈이 엄청 들고 찬반논쟁이 벌어져서 나라가 한 동안 마비되는 지경이 될 것이니 그것도 거북하다. 그러니 5년마다 대통령 선거, 4년마다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정도만 직접민주주의식으로 할 뿐이다.

스위스가 최근 `기본소득 300만원 제도`를 놓고 국민투표를 했는데 77%가 반대해서 부결시켰다. 일을 안 해도 매월 300만원씩 주면 누가 힘들게 노동을 하겠으며, 그 재원을 누가 댈 것인가? 그 생각을 하면서 “이것은 나라 망칠 제도”란 인식에 도달한 것이다.

“재산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불공평이 문제”란 논어의 말씀도 일리 있지만,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스위스 국민의 민도(民度)가 우리와 다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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