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지혜로운 생존전략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5-03 02:01 게재일 2016-05-03 19면
스크랩버튼
꿀샘이 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잎이나 줄기에도 있다. 꽃에서 나오는 꿀은 생식을 위한 유인이고, 잎이나 줄기의 것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가짓과 식물 `솔나눔`의 잎을 민달팽이나 벼룩잎벌레가 갉아먹으면 그 상처에서 꿀이 흘러나온다. 꿀냄새를 맡은 개미들이 몰려와 침입자를 몰아내준다. 솔라눔은 `잎꿀`을 대가로 지불하면서 개미를 근위병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아까시나무 줄기에는 불룩한 혹모양의 꿀샘이 달려 있는데 이것도 경호원(개미)을 용병(傭兵)으로 불러들일 `급료`이다. 개미떼는 대군(大軍)을 이뤄 초식동물까지 쫓아내준다. 식물의 지혜가 놀라운데 `식물국회`란 말은 식물에 대한 모욕이다.

악어가 사는 습지 나무에는 물새들이 떼를 지어 산다. 물새둥지가 많은 나무밑에 악어들이 몰려온다. 너구리나 들쥐는 물새 알을 훔쳐먹는 천적인데 물새들은 악어를 용병으로 삼아 그 천적들을 물리친다. 무엇으로 악어에게 `급료`를 지불하는가? 자신의 새끼다. 물새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알을 부화시킨 후 자신이 감당할만한 양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수많은 물새 둥지에서 갓 깨어난 새끼들이 비오듯 떨어진다. 악어들은 이 `단백질 비`를 받아먹기 위해 나무밑으로 몰려든다. 악어가 득실거리는 곳에 너구리와 들쥐가 범접할 리 만무하다. 머리 나쁜 사람을 흔히 `새대가리`라 하는데 이것도 새에 대한 모독이다.

새누리당이 요즘 많이 의기소침한데 총선패배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1963년 대선에서 호남인들이 박정희 후보를 지지했던 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영남과 호남이 “우리가 남이가!”를 외칠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국민의당과 정권연합을 할 기회다. 총리와 장관직 얼마를 양보하면 된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국회에 협력을 요구하면, 야당도 애국심에서 전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전반의 구조조정과 노동개혁에 대해서도 정부여당과 인식을 같이한다. 신호가 명확히 오고 있다.

/서동훈(칼럼니스트)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