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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아래`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4-26 02:01 게재일 2016-04-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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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출신의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공산주의사회가 궁금했다. 그는 북한에서 `공산사회에서 산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기로 하고 `진미`라는 8세 소녀의 가정을 선택했다. 아버지는 기자, 어머니는 식당 종업원, 조부모까지 3대가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촬영 당일 배경이 모두 바뀌어 버렸다. 주체사상탑이 보이는 평양 중심지의 넓은 아파트가 주어지고 `조출연`이라는 `당원`이 나와 모두 `감독`해버렸다. 만스키 감독은 일개 촬영기사로 떨어졌고. 갈수록 태산이었다. 아침 식사 장면 하나를 찍는데 무려 10시간이나 걸렸다. “김치가 몸에 좋다”며 행복하게 웃는 장면이었다. 만스키 감독은 철수하려다가 마음을 고쳐 먹었다. “바로 이것이 공산주의 사회의 실상”이란 생각을 한 것. 그는 `당원 감독`이 하자는대로 따랐다. 다큐멘터리 자체는 북한의 장점만 보여주는 선전영화가 되고 말았지만, 그렇게 돼가는 과정 전부를 카메라에 담았다. 통제·감시·부자유·인권사각지대의 실상을 `영화 뒷면`에 고스란히 찍어낸 것이다. 아침식사 장면을 찍기 시작한 `7시 35분`과 촬영이 끝난 오후 `4시 40분`의 시계를 찍었다. `보여지는 장면`과 `실제`를 다 담아낸 `태양 아래`를 얻어낸 것.

베네수엘라의 시인 알리 라메다는 열성공산당원이었고, 북한에서 김일성의 강연 내용을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다. 그는 어느날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에 북한의 `가난한 실상`을 적어 보냈다. 편지가 검열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는 간첩죄로 20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하루 12시간 강제노역을 하다가 1974년에 석방돼 귀국후 `슬픔에 젖은 여행객`이란 시집을 냈다. 강제노동과 굶주림의 고통을 잊기 위해 지은 시편들이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최근 “나를 미화하거나 개인숭배 대상으로 하지 말라”는 특별지시를 내려보냈다. 독재·통제·악성국가의 특징이 충성경쟁·개인숭배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처럼 되면 끝장이라 생각한 것만으로도 `머리 깨인` 통치자 수준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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