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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망해봐야……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4-22 02:01 게재일 2016-04-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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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천막당사 정신`을 잃었다. 민심도 잃고, 정신 번쩍 나게 호통치는 `어른`도 없고, 일어서겠다는 의지도 없다. 지도부는 `선거 패배 책임`을 진다면서 사퇴한 후 오불관언이다. 배가 풍랑을 만났는데 나침판도 없고 선장도 없다. 친박 비박 갈라져서 싸우기나 한다. 망한 집구석에서 숟가락 하나라도 더 챙기겠다고 치고 받는다. `균형수`가 없으니 팽목항 세월호 꼴이다. 함께 살 궁리는 하지 않고 나만 살겠다고 책임공방이나 한다. 더민주당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영입했고 “정체성이 밥먹여주나”라는 한 마디로 운동권체질을 개선, 단숨에 신뢰를 얻었는데, 새누리당은 계파싸움에 바빠서 선장도 못 구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5분의 3 동의` 때문에 쟁점법안은 결코 국회를 통과할 수 없고, 유일한 출구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뿐이다. 그래서 국회의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이 자리가 어느 당에 넘어갈 것인가? 이것이 초미의 관심사다. 두 야당이 연합하면 의장·부의장 다 먹어치울 수 있다. 여당에 떨어질 자리는 상임위원장 몇 석 뿐이다. 안방 내주고 행랑채로 쫓겨나는 형상이다. 친박계의 좌장이고 8선 의원인 서청원 의원이 국회의장에 올라가는 것이 마땅한 모양새지만, 두 야당끼리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손뼉을 맞추면 그것도 틀린 일이다. 중요 상임위원장 자리 몇 개 얻어내는데도 상당한 협상력이 필요한데, 중심 잃은 정당이 그런 힘을 쓰겠는가.

새누리당은 재정에도 큰 손실을 입었다. 정당보조금은 의석 수에 따라 차등지급되는데, 20대 국회부터 10억원 이상 줄어든다. 더민주당도 6억2천여만원이 줄지만, 국민의당은 보조금 대박을 터트려 25억7천만원을 받게 된다. 빈 마구간에 황소가 들어가니 이래저래 안철수 대표만 신바람났다.

광산이 붕괴 조짐을 보이는 초기에는 손가락 하나 힘으로 떠받칠 수 있다. 재난 현장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새누리당은 `손가락 하나 힘으로 버틸 골든타임`을 마냥 흘려보내고 있다. 친박·비박 핵분열의 결과는 자멸뿐인데, 후회는 일찍 오지 않는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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