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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달라졌다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4-11 02:01 게재일 2016-04-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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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식당 접대원은 북한의 젊은이들이 최고로 선망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선발 과정도 엄격하다. 미모에 노래, 춤 재주가 있고, 출신 성분도 좋다. 당이나 정부 혹은 군의 고급간부 딸들이 선발 대상이다. `어떤 자본주의의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센 사상 무장`이 돼 있는 처녀들이다. 그러면서도 엄격한 통제를 받으며 생활한다. 3인 1조 혹은 4인 1조로 움직이며 서로 감시하고, 휴대폰 사용도 금지되며, 영업이 끝나면 합숙시설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휴일날 외출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들이 집단 탈출을 감행했다. 남자 관리원 1명과 처녀 12명이 떼지어 온 것도 처음 있는 일이고, 우리 정부가 즉시 이를 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래서 단순한 탈북이 아니라 사실상의 망명이라 한다. 대북 경제제재로 해외 식당들이 문을 닫는 상황이라, 이들 접대원들은 곧 소환돼 조사를 받을 것이고, 단돈 몇푼이라도 빼돌린 것이 발각되면 희생양으로 정치범수용소로 가야 한다. 북한 외교관들이 줄줄이 귀순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칼날이 언제 목덜미에 닿을 지 모르는 위기`를 맞느니 한국으로 가자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북에는 가족이 볼모로 잡혀 있지만, “일가족 모두 죽느니 한 사람이라도 살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들은 캄보디아나 태국 등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을 거쳐서 한국에 왔다. 종래의 탈북루트를 그대로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접대원 집단 탈출`은 중국의 배려 없이는 불가능하다. “사드 배치를 재고해달라” “대북 제재에 적극성을 보여라” 이같은 협상에서 중국이 태도변화를 보인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북한은 중국을 향해 극언을 퍼붓는다. 우리민족끼리TV는 “조국을 배반하고 적대 세력들이 반공화국 인권모략 소동에 적극 편승해 입에 피를 물고 날뛰는 21세기 가롯 유다들. 천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 한 것을 보면, 몹시 쓰라린 모양이다.

지금은 동남풍이 부는 계절이라, 대북 풍선 날리기 좋다. 이 소식이 금방 북에 전해질 것이니, 북의 고통은 점점 더 가중될 것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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