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 `파리의 한국남자`서 주연<BR>“극장, 천만영화만 쫓아” 쓴소리
`파리의 한국남자`에서 주연배우를 맡은 조재현이 독립영화가 관객과의 접점을 찾기 어려워진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조재현은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상업영화마저 빈부격차가 커졌다”며 “하물며 예전에도 힘들었던 작은 영화는 관객을 만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파리의 한국남자`는 독립영화계에서 일가를 이룬 전수일 감독의 열번째 작품이다. 조재현은 신혼여행지인 파리에서 실종된 아내를 찾아 뒷골목을 헤매는 남자, `상호`를 연기했다. 영화는 2014년 8월에 촬영이 끝났으나 1년 5개월 만인 이달 말에 개봉하게 됐다.
그는 최근 영화시장을 최상위만 큰 `콩나물` 모양에 비유했다.
조재현은 “극장이 관객 500만 영화를 넘어 1천만 영화만 쫓아간다”며 “예전엔 300만~400만명이 될 영화도 100만~200만명이 못 돼 끝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만 영화만을 노리기 위해 이런 감독과 배우, 스태프를 써야 한다는 식으로 공식화돼버린 현실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들만의 리그`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 리그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립영화가 대중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회의 문제`로 반박했다.
그는 “작은 영화가 대중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취향이나 성향에 맞는 사람들이 찾는 영화다. 그런 취향의 사람들에게 선택의 기회조차 열리는 않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관객이 찾지 않는 영화는 제작도 힘들어지게 된다. 그는 “작은 영화를 하나 하고 인정을 받고 나서 빨리 상업영화로 가려는 추세”라며 “왜냐고. (제작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것도, (영화를) 개봉하는 것도 치가 떨리게 힘들기 때문”이라며 독립영화의 제작 현실을 가감 없이 전했다.
그 결과 최근 작가주의 영화감독이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사례가 홍상수, 김기덕 감독에서 대가 끊겼다고 한다.
조재현은 “독립영화계에서 자유로운 소재와 자본으로 자기 색깔의 영화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야 상업영화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며 “지금은 그런 것이 고갈돼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전수일 감독이 현재 열번째 작품을 찍은 것을 두고 “남보다 빚이 10배 많아진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만큼 독립영화의 제작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독립영화 감독이 “존경스럽다”고 했다.
`파리의 한국남자`의 결말이 꿈인지 현실인지 애매모호하다. 그 이유를, 답을 어느 하나로 결론 내리지 않는 전 감독 특유의 스타일에서 찾았다.
그는 연기하는 입장에서 결론 부분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봤다. “현실이라도 아내를 더 찾지 않을 것 같다고 해석했다”며 “어떤 결말이 되더라도 상호에게는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조재현은 지난해 `나홀로 휴가`라는 극영화를 연출해 감독으로도 데뷔했다.
그는 “자유로운 선택에 도전하지 않는 것은 늙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 영화로 표현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어 감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연출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했는데 두번째는 조심스러워졌다”며 “두번째는 어떤 장르를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차기작 연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