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 SBS `리멤버`서 재벌 3세 악역으로 열연
재벌과 결탁해 진실을 저버리는 검사, 그와 손잡고 무고한 사람을 살인범으로 조작하는 형사, 살인 청부 의뢰에 응하는 조직폭력배, 금전적 회유에 넘어가는 변호사는 TV 앞에 앉은 우리 억장을 무너지게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내뿜는 인물이 재벌 3세 남규만이다.
`황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 남자는 수틀리면 사람을 사정없이 매질한다. 자신의 앞길에 거치적거리는 사람을 죽이거나 살인을 교사하고서도 낯빛 하나 변하지 않는다.
악마를 현현한 연기로 화제를 모으는 남규만 역의 남궁민(38)을 최근 인터뷰했다.
남궁민은 시청자들의 칭찬에 대해 “다행히 제 실제 모습이 아닌 연기로 봐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전작(SBS TV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연쇄살인마를 연기했던 남궁민에게도 남규만 역은 녹록지 않았다. 특히 초반에는 살기 가득한 대사를 외우면서 쌓인 스트레스로 몸까지 힘들었다. 데뷔 16년차인 남궁민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냄새를 보는 소녀` 권재희는 가상의 인물이라는 느낌이 강했다면 남규만은 좀더 현실에 실재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설정 하에 캐릭터를 분석했어요. 정말 남규만의 감정에 그대로 이입해 대사를 소화해야만 했죠. 그러다 보니 제 내면에서도 그걸(악인에 대한 감정이입을) 거부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힘들었어요.”
많은 시청자가 남규만을 지난해 흥행한 영화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와 함께 거론한다. 둘은 재벌가 자제로 `인간말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남규만은 조태오와 달리 재벌 2세가 아니고 3세”라고 농담을 던진 남궁민은 “크게 보면 기본 설정은 비슷할 수 있으나 사건 디테일도 다르고 무엇보다 연기하는 사람 자체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영화 `변호인`의 윤현호 작가가 `리멤버`에서 그리는 세상은 현실에 대한 은유로 읽힐 때가 많다. `맷값 폭행`을 비롯해 간간이 보도되는 재벌가 자제들의 비뚤어진 행동이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의심케 하는 사건들이 절로 떠오른다.
남궁민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면서 “다만 남규만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살리려고 노력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2001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단역으로 연기를 시작한 남궁민은 2004년 KBS 1TV 일일극 `금쪽같은 내 새끼`로 주연을 꿰차면서 시청자들의 눈에 들었다. 특유의 매력적인 눈웃음으로 유명한 그는 한때 `리틀 배용준`으로 불리기도 했다.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연기 변신을 꾀한 남궁민은 악독한 캐릭터를 연거푸 맡은 데 대해 큰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남규만 캐릭터를 소화하는 일이 힘들었을 뿐, 악역을 연속으로 맡아서 힘든 점은 없어요. 또 두 캐릭터는 그 악함을 표출하는 방식이 다르기에 시청자들에게 다른연기를 보여주고픈 욕심도 있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