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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의 역설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12-22 02:01 게재일 2015-12-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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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교육이 2천500년 전의 것보다 못하다. 소크라테스는 “교사란 산파(産婆)”라 했다. 애기 낳는 임산부를 도와주는 사람인데, 그는 계속 질문을 던져 학생이 스스로 생각해서 진리를 출산하게 돕는다. “정의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도의란 무엇이냐?” “사람과 동물은 어떻게 다르냐?” “예절과 법의 다른 점은?” 등등 `생각`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지금은 그 `생각`을 죽이고 `암기`만 강요하는 교육으로 타락했다.

`서울대 최우등생의 공부비법`이란 연구결과가 있다. “교수의 강의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필기하고 암기해서 시험지에 옮겨놓는 것”이 그 비결이었다. 자기생각을 곁들이면 감점된다. 교수의 강의와 다른 답안을 적어넣는 것은 `반역`에 해당한다. 중 고등학교식 방법을 대학이 그대로 답습한다. 이른바 `정답주의`다.

엘런 랭어 하버드대 교수는 `정답의 역설`을 설명하면서 “정답이 정해지면 사람들은 그 이상을 찾으려 하지 않고 생각을 멈춘다” 했다.

왕조시대의 과거(科擧)는 `경서 외우기` 위주였으나, 최종시험은 책문(策問)이었다. 현안문제를 제시하고 “해결방안을 말해보라”는 것이다. 세종대왕은 그 책문으로 장원급제자를 선발해 집현전에 배치했고 그 학사들이 문화융성시대를 열었다. 지금 우리는 세종시대의 찬란한 업적을 찬탄할 뿐 그 방법을 배우지 않고 오히려 뒷걸음질 친다. 우리가 GNP 2만불대까지는 고속 질주해왔지만 선진국 문턱에서 허덕이는 것도`정답의 역설`이란 함정에 빠진 교육이 한 원인이다.

`공부중독`이란 책이 나왔다. 정신과 의사와 사회학자의 공저이다. “명문대 입학·안정된 직장·높은 사회적 지위를 갖기 위한 정답 찾기 암기교육에 매몰돼 학생들의 생이 망가진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자유학기제`가 내년부터 전면 실시된다. 대구 영남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영어 해설사` 수업을 하고 있다. 역사를 수집해서 영어로 번역하고 외국인들에게 문화재를 해설해주는 과제를 수행한다. 여기에는 `정답의 역설`이 없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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