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은 김정일 사망 4주기이다. 북한 김정은이 집권한지 벌써 4년이 된 셈이다. 우리는 북한의 젊은 지도자에게 상당한 변화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김정은 집권 후 핵 실험, 미사일 발사, 측근 권력의 숙청, 남북 회담의 파행, 모란봉 악단의 중국공연 취소 등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북한적 현상은 한동안 내재적 접근을 통해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는 북한적 현상을 북한식, 평양식 기준과논리에 의해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가 주장한 이 논리는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이론이라고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최근 우리의 관심을 모은 북한 판 걸그룹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공연의 전격 취소사건이다. 이들의 과거의 공연 모습을 영상을 통해 본적이 있다. 여성 단원들이 파격적으로 신체의 일부를 드러내고 있어 남한 걸그룹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인민군 합창단과 함께 하는 대규모 친선 행사가 전격적으로 취소된 이유는 무엇일가. 국내 언론에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였다. 중국 측이 공연 내용 중 김정은 우상화 장면과 미사일 발사 장면에 제동을 걸었다는 주장도 있다. 공연단이 시진핑의 불참에 대해 불만을 품고 철수했다는 주장도 있다. 아직도 혈맹관계로 치켜세우는 양국관계에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북한 악단의 공연 취소까지 내재적 접근론자들은 주체의 나라답다고 옹호할 것인가.
북한의 인권문제가 또다시 유엔에 회부되어 안보리를 통과하였다. 이번 결의안에는 북한에 산재한 10여개 정치범 수용소 인권실태를 조사하여, 그 책임자를 국제 사법 재판소에 회부하자는 문제까지 포함되어 있다. 안보리의 가결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그 뜻이 관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유엔 회원국인 북한은 그 정치적 외교적 부담이 클 것이다. 그러한 데도 북한 당국은 북한 어디에도 인권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사태를 미국이 북한을 제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난까지고 있다. 남으로 온 탈북자가 2만 8천명을 넘어섰는데도 북한 당국은 `탈북자는 없고 공화국 배반자는 있다`는 주장을 계속할 것인가.
북한당국은 오랜만에 열린 개성 공단의 남북 당국회담도 무산시킴으로써 8·25 합의까지 물거품이 되게 하였다. 물론 회담이 무산된 데에는 우리 측의 책임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금강산 관광 재개`라는 방책만 가지고 나와 그것이 안 되니 철수해버린 것이다. 결국 그들은 남북의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가까스로 구한 8·25 합의서까지 무력화 시켜버렸다. 결국 그들은 휴전선 일대의 대북 확성기 방송만 중단시킨 셈이다. 8·25 합의를 이끈 황병서와 김양건은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고 권력실세로 자리 매김하였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또 다른 `북한적 현상`이다. 이처럼 북한 당국은 외교뿐 아니라 내치에서도 상식을 벗어난 정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북한의 권력 실세로 자랑하던 최용해도 협동농장에서 계급교양을 받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뿐 아니라 군부 측근 현영철 등 많은 사람이 처형되었다. 이러한 수령 주변 권력의 숙청과 강등이 반복되는 북한의 정치 현실에서는 충성 분자들만이 생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처절한 현실도 `북한적 현상`이라고 보고만 있을 것인가.
이러한 `북한적 현상`들은 쉽게 변화지 않고 계속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북한 땅에서는 수령권력만이 절대화하고 있는 현실을 내재적 접근이라는 이름으로 결코 정당화 될수 없다. 아직도 북한 사회는 통제된 병영국가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쿠바와 같은 폐쇄적인 국가도 미국과 수교하고 개방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북한은 아직도 스스로 쌓은 통제의 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것마저 북한 당국이나 북한을 옹호하는 내재적 접근론 자들이 `우리식 사회주의`라고 강변한다면 우리는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