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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을 부탁해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12-15 02:01 게재일 2015-12-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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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알바`란 것이 있다. 몸을 생체시험에 내놓는 아르바이트다.

고지혈증약도 먹고, 전립선 비대증 약도 먹는다. 한 번 투약에 40만원에서 60만원을 받는다. 100만원 받는 것도 있는데 바로 우울증 약(항정신성 약물) 투약이다. 지원자가 적어서 단가가 높다. 약을 먹고 시간을 보내다가 피를 뽑고 집에 가면 되니 힘들 것은 없지만, 실험용 모르모트가 된 `더러운 기분`, 부작용이 나타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오래 간다. “매혈(賣血)로 등록금 마련하는 고학생들도 있는데….”라며 마음을 달랜다.

`냉동창고 알바`도 있다. 힘들고 위험해서 시급(時給) 2만원까지 준다. 한 박스에 15~30㎏ 되는 냉동수산물을 차에서 내려 냉동창고에 옮기는 일이다. 며칠 하면 허리가 끊어질듯 아프고 피곤해서 냉동창고에서 잠깐 조는 경우가 있는데, 5분쯤 졸다 일어나도 발가락에 감각이 없어진다. 동상에 걸린 것이다.`애인 대행 알바`도 있다. 애인 노릇을 해주면 하루 15만원을 주고, 스킨십을 포함하면 30만원까지 받는데 외모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결혼식에 같이 가주는 일, 교외 드라이브를 하는 일 등 종류도 많다.

아르바이트생에게는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다. 몸이 아파서 하루 결근을 해도 해고될 수 있고, 업주의 개인 심부름을 할 때도 많고, “첫날 하루는 교육시간이므로 보수가 없다”며 하루치를 깎는 일도 많다. 그래서 `본인 확인서`에 적힌 금액과 실제 받는 금액이 다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아르바이트생 피해 관련 자료를 분석했더니, 임금체불이 가장 많았고, 법정 최저임금 이하로 주는 것이 다음이었다. 乙의 입장이라 폭행 폭언 성희롱을 당해도 참아야 하고, 부당해고를 당하는 일도 많다. `벼룩의 간`을 내먹는 악덕 업주가 알바세계에 득실거린다.

대출 받아 등록금 댄 대학생들이 졸업후에 취업을 못해 신용불량자로 내몰리고, 계속 알바를 해서 생활비를 버는데, 그 가련한 사람들을 등 쳐먹는 자들이 적지 않다. 사법 당국에 `알바생을 부탁`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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