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우울증과 반려견(犬)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12-02 02:01 게재일 2015-12-02 19면
스크랩버튼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신문 날 일`이 된다. 실제 미국 플로리다주의 37세 된 남자가 개 머리를 물어 뜯어 눈을 다치게 했고, 안과 가축병원이 없어서 실명하게 됐다. 이 남자는 술만 취하면 개를 깨무는 버릇이 있는데, 그것도 어머니의 반려견 쿠조였다. 모친은 아들을 공권력에 넘겨 나쁜 버릇을 고쳐달라 부탁했고, 법원은 그를 동물학대죄로 1년 징역형을 선고하고, 분노조절과 알코올중독 치료를 명령했다.

중국 길림성에서 철강제판매업을 하는 왕옌(29)은 잃어버린 애완견을 찾으러 개도살장에 갔다가 참혹한 장면을 보고는 `개 쉰들러`가 됐다. 죽을 개를 사서 키우다가 `좋은 주인`이 나타나면 분양한다. 혹시 개고기 장수가 가져갈 수 있으므로 `심사`를 엄격히 하고, 새 주인은 2개월 마다 `개 인증샷`을 왕씨에게 보내 `안부`를 전해야 한다. 그는 지난 3년간 2천마리의 개를 사들이고 먹여 키우는데 총 300만위안(약 5억5천만원)을 썼다. 그는 지금 200마리를 돌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불우 개보다 불우 이웃을 도우라”고 충고하지만, “나는 전생에 개장수였던 모양”이라 했다.

미국의 한 연구팀이 `어린이 독서능력`테스트를 했는데, 한 팀은 `어머니가 옆에 앉아 잘못 읽은 것을 교정해주는`그룹이고, 한 팀은 `개가 가만히 옆에 앉아 있기만 하는` 그룹으로 나눴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개를 앉혀놓고 읽기 공부를 한 그룹이 더 우수한 향상도를 보인 것이다. `어머니의 잔소리`가 스트레스로 작용해 `공부 싫증`을 유발시킨 탓이라고 연구팀은 결론을 내렸다.

요즘은 우울증 치료제가 잘 발달돼 있지만,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등의 약을 복용하는 노인들은 항우울제를 함께 먹을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반려견이 제격이다. 개와 텔레파시가 통하면 무언의 대화도 가능하고, 무조건 복종하니 이보다 좋은 반려가 없다.

친구와 싸우는 일은 있어도 애완견과 티격태격하는 사람은 없다.

/서동훈(칼럼니스트)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