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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는 못 말려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11-26 02:01 게재일 2015-11-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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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의 기초를 놓은 헬무트 콜 총리는 `국민의 친구`였다.

`머리가 많이 비었고, 좀 멍청한 총리`라며 놀려먹기도 했다. 그래서 콜 총리를 주제로 한 유머집이 발간됐는데, 책을 사서 본 그는 “내가 봐도 재밌다” 며 낄낄 웃었다. 사회주의 체제의 동독 주민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최고 존엄을 웃음거리로 삼아도 좋은 `서독의 자유`가 부러워서 자꾸 탈출을 했다.

YS는 공직자의 부정부패에는 엄청 무서운 대통령이었지만 국민들에게는 한 없이 부드러운 친구였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국가원수 모독죄가 `큰 죄`였지만, 문민정부시절에는 국민들이 대통령을 조롱해도 좋았다. 그래서 `YS는 못 말려`란 유머집이 발간됐고, 대통령도 책을 사서 읽고 낄낄 웃었다.

실로 `백성과 함께 즐거워한(與民)`지도자였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YS는 기본적인 영어 인삿말을 배웠다. 우리측이 “하우 아 유?” 하면, 저쪽에서 “아이 엠 파인. 생큐, 엔드 유?”하고, 우리는 “미 투”하면 된다는 것. 그런데 막상 클린턴을 딱 만나니 그만 헷갈려서 “후 아 유?” 해버렸다. 클린튼은 아하 이 사람이 농담을 하는구나 생각하고 그도 농담으로 받았다. “저는 힐러리의 남편 되는 사람이오만….” 그러자 YS는 연습한대로 “미 투” 해버렸다는 유머도 있다.

대통령이 “서울과 강원도를 간통하는 터널을 뚫어 삼척시를 세계적인 강간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연설을 하자, 외무장관이 듣다 못해 “강간이 아니라 관광이고, 간통이 아니라 관통입니다” 고쳐주자, 자존심이 상한 YS는 “애무장간은 애무나 잘 하소”되받아주었다는 이야기도 유머집에 나온다.

YS가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되자 축하전화가 왔다. “손 여사께서 마침내 퍼스트 레이디가 되셨네요” 하자, 그는“우리 맹순이는 세컨드 앙이데이” `YS의 애인` 루머가 떠돌던 무렵의 유머.

오늘 26일 YS는 서울현충원 영면의 집(幽宅)으로 들어간다. 국민을 속 시워하게 해주고, 즐거움까지 준 `친구 대통령`으로 내내 기억되기를 바랄 뿐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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