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퇴임·최진철 선임 등<BR>중대문제 내부 입단속 못해
한국 프로축구의 산실인 포항스틸러스가 내부 입단속 실패 등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포항은 중요한 일전을 남겨둔 시점에서 감독 결별, 선언 소식이 외부 언론을 통해 퍼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언론을 담당하는 홍보라인은 늘 그렇듯이 중요한 순간에는 `절대 아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내 한 스포츠 전문 매체는 황선홍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포항구단은 “시즌 내내 황 감독과 계약과 관련해 많은 얘기가 오고 간 것은 사실이나 계약과 관련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황 감독과의 결별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구단은 사흘 뒤인 10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황선홍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미래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며 황 감독과의 결별을 공식 인정했다.
K리그 클래식 3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터진 황 감독의 결별설은 포항 선수들에게 경기 외적인 치명타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 때문에 구단은 결별설 보도에 부인하기에 급급했고, 선수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3일 만에 결별설을 인정하며 조기 진화에 나섰 던 것.
이 같은 포항의 무기력한 대응은 이번 뿐만은 아니다. 지난 10일 국내 한 스포츠가 최진철 U-17 대표팀 감독이 포항스틸러스 차기 감독으로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구단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차기 감독으로 검토 중인 다수의 후보자 중 한 사람이지만, 그 누도와도 접촉한 바가 없으며, 결정된 사항도 전혀 없다”고 내정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포항스틸러스 구단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포항스틸러스 제10대 감독으로 최진철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최감독 내정설을 부인했던 포항이 10여일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내년도 ACL 직행티켓 확보를 위한 K 리그 클래식 2위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감독 결별설에 이어 신임 감독 선임 등의 보도가 터진 것은 분명 포항으로서는 악재로 보인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내부 입단속 실패`와 `홍보라인` 부실이 지적되나 그 때 뿐이다.
또한 구단 전반을 이끄는 사장이 책임자로 있지만 각 부서 간 조율과 내부 입막음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하느냐는 의문이다.
실제로 포항구단은 올 시즌 2명의 사장이 교체됐다. 지난 2월 장성환 사장을 대신해 김응규 전 포스코 경영연구소 사장이 포항스틸러스 제7대 대표이사로 선임됐지만 5개월 만에 자리를 떠났다. 이어 지난 7월 제8대 대표이사 사장으로 신영권 사장이 취임했다.
이 때문에 대표이사 교체에 따른 큰 변화를 겪은 포항구단 수뇌부가 내부 입단속과 감독 선임 문제 등을 소홀히 하면서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포항시민 정모(44)씨는 “오락가락하는 포항스틸러스의 대응이 마치 `양치기 소년`과 같다”며 “중요한 사안에 대한 구단 내부 입단속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이미 언론에 노출됐다면 진정성 있는 발표를 통해 구단이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포항스틸러스 이재열 단장은 “감독 선임과 관련해 시즌이 끝난 뒤 공식 발표하려했다. 그러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외부 언론에 노출된 것 같다”며 “향후 대외 홍보에 대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태기자 kkt@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