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화, 시청률 순항 중인 MBC `내 딸, 금사월`서 종횡무진 활약
불구대천 원수와 결혼한 비운의 여인 신득예는 평생에 걸쳐 준비한 복수를 위해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중이다. 한편에서는 어렵게 찾아낸 친딸을 돕고자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신득예가 아닌 득예 신(神)`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종횡무진인 전인화의 숨가쁜 활약을 두고 시청자들은 `사이다를 마신` 기분이라고 평가한다.
17일 오후 연합뉴스와 만난 전인화(50)도 “이렇게 재미있게 본 드라마 대본도 오랜만”이라면서 활짝 웃었다. 전인화는 이날 저녁 열리는 콘서트 `MBC와 좋은 친구들` 참석을 앞두고 잠시 시간을 내 인터뷰에 응했다.
“쉰 페이지가 넘는 대본에 푹 빠져 정신없이 보게 되더라고요. 보통 대본을 보면 어느 순간에는 지루하게 느껴질 대목도 있는데, 이 드라마 대본은 `어머, 벌써 끝났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개도 빠르고 재미있었어요.”
전인화는 전작 MBC TV `전설의 마녀`에 이어 `내 딸, 금사월`을 통해 평생에 걸친 복수극에 다시 도전했다.
그는 상상도 못할 일을 겪은 신득예의 젊은 시절을 보여주고자 “저수지에 뛰어들고, 불이 난 집에서 절규하는” 대형 장면들을 매일 소화해야만 했다. 8월 전후로 한 달 반 동안 꼬박 밤을 새우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전인화를 가장 당황하게 했던 것은 `해더 신`이라는 새로운 캐릭터연기였다고.
전인화는 “전혀 알지 못했던 상태에서 갑자기 새 인물이 나와서 이른바 `멘붕`(멘탈 붕괴)이 왔다”라면서 “미리 알았다면 못 한다고 도망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득예 사랑에 빠져서 줄곧 달려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나왔으니, 잠이 안 올 지경이었어요. 김순옥 작가에게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득예가 남편 강만후(손창민) 품에서 못 움직이는데 아버지와의 약속은 지켜야 하고 딸도 지켜야 하니 해더 신을 만들 수밖에 없다`라고 확고하게 이야기해서 이해하고 부랴부랴 준비했죠.”
전인화는 헤어진 친딸을 어렵사리 찾은 신득예의 삶을 설명하던 중 “상황 때문에 핏덩어리를 보육원에 보내는 부모 마음이 어떻겠느냐”라면서 “죽는 그날까지 그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딸과 아들을 각각 하나씩 둔 `엄마` 전인화는 최근 2,3년 사이 자식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라든지 최근 많은 상황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내일은 고사하고, 한 시간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는 게 인간이잖아요. `제 옆에 그림자로만 있어줘도 숨도 못 쉴 정도로 기쁜` 자식의 소중함을 되새기면서 요즘에는 `내가 뭘 바라나`라는 생각을 해요.”
미대를 졸업한 딸은 극 중 아트 딜러로 나오는 전인화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남편 배우 유동근도 이번에 유독 응원을 많이 보내주고 있다.
전인화는 “1회가 나간 뒤 남편이 `대박`이라는 문자를 보내왔고, 제가 힘들고 지칠 때에도 `당신이 모든 현장에서 지혜롭게 잘했으면 좋겠다. 당신은 신득예잖아`라는 문자를 보내왔다”라면서 “남편 문자에 정말 힐링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내년 2월 종영하는 `내 딸, 금사월`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내 딸, 금사월`이 긴 이야기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신득예처럼 너무 큰 충격과 상처를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처음에는 복수하겠다고 하죠. 하지만 복수가 그 사람에게 시원한 행복감을 주면 다행이겠지만, 또다른사람의 불행을 낳는 무덤이 되기 마련이잖아요. 그 판단은 시청자들이 하겠지만, 결국 용서로 끝맺는다고 봐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