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영화 `내부자들`서 정치깡패 안상구역 열연
이병헌은 영화 시사회 다음날인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영화의 뒷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영화 `내부자들`은 정치인, 재벌, 언론, 조폭, 검찰 등 권력자들이 보이지 않은곳에서 우리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려 하는지를 그린 영화다.
이병헌은 정치깡패 `안상구` 역할을 맡아 자신을 폐인으로 만든 이들에게 복수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큰 그림을 짜면서 여론을 움직이는 유명 신문 논설주간 `이강희` 역을 맡은 백윤식과 큰 사건 수사로 성공하려는 `빽 없고 족보 없는` `우장훈 검사`역의 조승우와 연기 대결을 펼친다.
이병헌은 이 영화가 인물보다는 사건 위주로 편집된 부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편집본이 여러 번 바뀌었다. 3시40분짜리 편집본이 있는데 이것을 2시간으로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캐릭터 위주로 편집할 것인가 사건 위주로 할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시사회 때 나온 편집본은 사건 위주였다는 것이다.
그는 “사건 위주로 편집하니 영화를 이해하기가 쉬워졌지만 캐릭터를 더 재미있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부가적인 신들은 많이 삭제됐다”고 말했다.
안상구는 원래 영화 대사를 자주 인용할 정도로 굉장한 `영화광`이었는데 사건 위주 편집본에서는 이런 부분이 살지 않았다고 했다.
예컨대 이강희와 차에서 대화하는 상황에서 잠시 내렸다가 다시 타면서 “아일비백이여 형님”이라고 애드립하는 신이 편집됐다.
그래서 우 검사에게 “너가 존 웨인이냐”라고 한 대사가 관객들에게 다소 어색하게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 검사와 대화의 상당 부분도 애드립이었다고 했다. 우 검사가 안상구를 `깡패야`라고 호칭하는 것, `콩밥이 몸에 맞는 모양이다`라는 대사 등이 그런 사례.
이병헌은 “상대가 애드립을 하면 거기에 맞는 리액션을 보여줘야 하기에 저도 대사의 뉘앙스를 바꿔야 했다”며 “상대가 어떤 것을 던질지 모르니 늘 준비했고, 제가 의외의 대사를 던지면 조승우 씨도 순발력 있게 대응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우 검사와 모텔에서 묵는 장면에서 화장실 벽이 불투명 통유리로 된 점, 안상구가 다른 조폭과 달리 세단이 아닌 밴을 타고 다니는 것 등이 이병헌이 현장에서 제시한 자신의 아이디어였다고 밝혔다.
이병헌은 안상구 연기의 주안점에 대해 인물이 처한 상황에 따른 감정과 스타일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연기했지만 “늘 복수의 감정을 가진 깡패이므로 그 감정을 유지하면서 상황의 변화에 따른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주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승우에 대해 “보통 배우가 아닌, 연기를 참 잘하는 좋은 배우”라고 극찬했다.
백윤식에 대해서는 “호흡을 맞추기 힘들었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는 예상을 뛰어넘는 리액션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것.
이병헌은 “대본을 읽거나 연습할 때 상상했던 뉘앙스가 아닌 리액션을 보여 제가 다시 그 호흡으로 맞받아쳐야 해서 당황스러울 때가 몇번 있었다”며 “내가 뛰어넘을 수 없는 그분만의 세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병헌이 `내부자들` 촬영 당시 이른바 `협박사건`이라는 불미스러운 일을 겪어야 했다.
그는 이에 대해 “저로 인해 감독과 스태프, 다른 배우들한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자는 마음뿐이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제 임무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해 득남한 것과 관련 “아버지가 돼 `연기가 이렇게 좋아졌구나` 그런 느낌은 모르겠으나 아버지로서 책임감은 느낀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할리우드에서 촬영한 `미스컨덕트`가 내년 2~3월에, `황야의 7인`은 내년 가을께 개봉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차기작에 대해서는 “보고 있는 작품으로 한국 영화도 있고 할리우드 영화도 있다”면서도 “아직 확실히 결정 내린 것은 없고, 한두달 안에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