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 소리로 북한에는 두 개의 정당이 있다고 한다. 기존의 조선 노동당과 새로운 장마당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장마당이 농민시장이라고 불리다가 요즘은 종합시장이라고 공식 호칭되고 있다. 북한 주민에게는 아직도 장마당이라는 말이 귀에 더 익숙하다. 오늘날 북한의 장마당은 확산일로에 있어 노동당에게는 약이 될 수도 있고 병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북한의 장마당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노동당과 장마당은 조직의 방식과 운용 원리에서 판이하다. 창당 70주년을 맞는 노동당은 북한 권력의 핵심 엘리트 조직이다. `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따른다`는 원칙이 북한 주민들의 공식 규범이 되고 있다. 당은 소위 `민주적 중앙 집중제` 원칙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주민을 통제하려고 한다. 이에 비해 장마당은 북한 땅에서 먹고 살기 위하여 장사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자유 시장 공동체이다. 장마당은 생필품을 사고 팔 뿐 아니라 이런 저런 정보도 교환되는 커뮤니케이션 장소이기도 하다. 북한의 노동당은 원래 시장 경제를 `낭비 경제`라고 배척하였다. 그러나 장마당은 오늘날 북한 노동당의 일종의 필요악이며 공존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북한에서 조선 노동당 당원이 되기는 무척 어렵다. 입당 자격은 18세 이상이며 학창시절 조직 생활 성적과 출신배경이 필수적 요건이다. 당원은 엄격한 심사를 거치고 예비 당원 기간을 거쳐야 정식 당원이 되며, 당원은 당과 국가의 권력 엘리트로 성장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장마당은 비교적 진출이 쉬운 자유로운 생활공간이다. 현재 북한에서 소위 돈줄만 있으면 누구나 장사를 하여 돈을 벌려고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 프랑스에서 성공한 어느 교민은 방북 길에 북한 누이에게 트럭을 한 대 사주어 장마당에서 대박이 터졌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북한 경제가 악화되자 주민들은 당원이 되기보다 시장에 진출하여 돈 벌기를 선호하고 있다.
주민들은 당 일꾼보다는 무역 일꾼이나 장마당의 돈벌이 꾼을 선호한다. 주민들의 생활의 궁핍과 당 관료의 부패는 당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200만 당원을 자랑하는 조선 노동당은 주민들의 관심이 줄어든 반면 380 여개로 늘어난 장마당은 이용하지 않는 주민이 없을 정도로 인기이다. 장마당에는 남한의 세탁기, 전기밥솥, 남한 CD까지 암거래 되고 있단다. 장마당에서는 운반 수단인 자동차와 소통 수단인 휴대 전화가 필수품이다. 북한 주민 약 300만명이 소지한 휴대 전화는 시장의 물가 정보 뿐 아니라 정보 교환의 필수품이다. 한편 시장의 자릿세는 빈약한 노동당의 재정 확충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제 노동당도 시장을 감시 통제하기는 어려운 역설적 의존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앞으로 노동당과 장마당의 공존이나 밀월 관계는 계속될 것인가. 당은 장마당에 대한 통제와 이완 정책을 당분간 반복할 것이다.
시장이 번창 할수록 북한에서 노동당은 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의 지침은 시장의 요구와 상당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어느 시점이 되면 당이 시장에 대한 통제의 끈을 완전히 놓을 것이다. 결국 북한에서는 공산당이 자본주의적 장마당과 밀월을 즐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공산주의가 자본주의와 결혼한다는 예언이 적중할 것이다. 그 장마당의 활성화가 북한식 개혁·개방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역사의 흐름은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것이 중국식 사회주의가 북한에 들려주는 역사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