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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웃어 주면 희열 느끼죠”

연합뉴스
등록일 2015-10-26 02:01 게재일 2015-10-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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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 마녀가 다시 살아난 듯한 여자가 음산한 목소리로 내뱉는다.

“여자들은 소개팅할 때 상대 남자에게 제일 잘 나온 사진을 보내요. 그래놓고는제일 못 나온 사진이라고 말해요. 그 사진을 건지려고 사진 100장을 찍어놓고는. 참 기묘하죠?” 무대 아래 앉은 관객들, 특히 여자들 사이에서는 폭소가 터진다. 일상에서 누구나 느끼는 지점을 콕 집어내는 이 `기묘한 이야기`는 SBS TV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에서 코너와 코너를 잇는 브리지 코너다. 짧고 재치있는 개그로 대표 코너 중 하나다.

`웃찾사`의 막내 개그우먼인 박지현(22)은 개그맨 오민우, 최기영과 함께 지난 1년간 이 코너를 착실히 이끌어왔다.

박지현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EBS TV `최고다! 호기심딱지`에서 사랑스러운 캐릭터 `호빵`으로 등장한 덕분에 어린이들이 결혼하고 싶어하는 스타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열아홉 살에 SBS 공채 개그맨이 됐고 2년 만에 자기 자리를 확실히 굳힌 이 작은 체구(키 153cm)의 개그우먼이 가진 저력이 궁금했다.

나이아가라 파마 가발과 진한 화장을 내려놓은 채 최근 서울 광화문에 나타난 박지현은 딱 자기 나이에 맞는 귀여운 여대생이었다.

“짧은 시간에 모든 역량을 발휘해야 해서 1주일 동안 애를 먹죠. 막상 무대에 섰는데 웃음 포인트가 약간 비틀어지면(맞지 않으면) 여전히 식은땀이 나요. 그래도관객이 웃으면 정말 희열을 느끼죠.”

`기묘한 이야기`는 “분명 양치를 하고 잤는데 왜 아침이면 입에서 `똥` 냄새가 날까”라는 오민우의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박지현은 오민우, 최기영과 함께 공들여 짠 코너 `엄마미아`가 방송 한 달 만에 막을 내린 뒤라 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기묘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박지현은 “공감을 모티브로 한 코너가 워낙 많은데 우리 코너는 포장을 잘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라면서 “색깔이 뚜렷한 것이 성공 요인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춤이 무작정 좋았던 중3 학생 박지현은 함께 활동하던 댄스 동아리 친구들과 전국 청소년 개그 페스티벌에 나가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생각지도 못한 `개그`에 성큼 발을 들여놓은 박지현은 2등을 차지했고, 이듬해에도 같은 축제에 출전해 또 2등을 했다.

당시 사회를 맡은 개그맨 이수근은 박지현에게 결정적인 한 마디, 즉 개그우먼이 될 얼굴이네요“라는 말을 던졌다.

“제가 그렇게 그때 못 생기지 않았거든요? (웃음) 이후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정말 고민했어요. 그러다 춤도, 개그도 모두 할 수 있는 연기를 하자고 마음먹었죠. 개그도 일종의 개그 연기니깐요.”

박지현은 대학 1학년 기말고사를 포기하고 응시한 SBS 개그맨 공채에 합격했고,합격한 지 약 일주일 만에 `개그투나잇` 코너에 투입됐다. 저마다 무명 시절의 서러운 사연을 가진 개그맨들과는 다른 궤적이다.

박지현은 “남들은 제게 계속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운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지 않는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개그투나잇의 `종규 삼촌` 이후 `기묘한 이야기` 전까지 정말 많은 코너를 왔다갔다했어요. 그러면서 내공이 조금 쌓였다고 생각해요. 제가 등장하는 코너가 반응이 저조하면, 다른 코너를 또 하자, 무엇을 할까 이런 생각으로 열심히 부딪쳤어요.”

우연히 시작한 `호기심딱지`도 할머니, 공주, 세균 등 온갖 형태로 변신하는 역할을 맡은 덕에 무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어린이들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호기심딱지` 시즌3를 촬영 중이다.

어리지만 당찬 개그우먼은 일단 `기묘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궁극적인 목표는 연기다.

“기회가 된다면 영화나 드라마에도 도전하고 싶고요. 개그도 일종의 연기라서 도전한 것이고요. 일단 어디를 나가도 연기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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