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추모관 야외 안치단에<BR> 납골당 고인 유해 옮겨 영면
`To 아빠, 아빠 사랑해요~♥ 뭐하고 계세요?` 가수 고(故) 신해철의 딸 지유(9)양과 아들 동원(7)군이 아빠에게 쓴 편지 봉투에는 천진한 그리움이 뚝뚝 묻어나 코끝을 시큰하게 했다.
25일 경기도 안성시 유토피아추모관에서 열린 신해철 1주기 추모식에서 납골당에 있던 고인의 유해가 야외 안치단(추모 조형물)으로 옮겨져 영면했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안치단에는 두 자녀의 편지를 비롯해 고인의 분당 작업실을 재현한 모형물, `내일은 늦으리` 카세트테이프, 고인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 상패가 함께 담겼다.
높이 2m, 너비 1.7m 크기의 오면체 모양으로 된 안치단은 딸이 그린 그림과 “빛이 나는 눈동자가 있어서, 우리를 보고 지켜주었으면 좋겠다”는 두 자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설계됐다. 여기에는 넥스트의 대표곡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Here Istand for you)의 가사가 새겨졌다.
유해가 옮겨지고 두 자녀는 고사리 손으로 흰 국화를 헌화했다.
1년 전 고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 추모곡으로 널리 불린 `민물 장어의 꿈`을 넥스트의 트윈 보컬 이현섭이 선창하고 동료와 팬들이 합창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 추모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팬클럽 `철기군` 등 가슴에 보라색 리본을 단 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식은 송천오 신부가 집전한 미사로 시작됐다.
맨 앞자리에는 고인의 부인 윤원희씨와 두 자녀, 부모, 누나가 자리했다. 두 자녀는 의젓한 표정으로 찬송가를 불렀고, 부인은 간간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유족뿐 아니라 이현섭, 김세황, 정기송 등 전·현 넥스트 멤버 10여 명과 `절친` 남궁연, `히든 싱어`의 신해철 편에 출연한 모창자들, 팬들까지 500여 명이 자리해 여전히 믿기지 않는 고인의 부재를 가슴 아파했다.
팬들은 영정사진에 마지막 메시지를 적어내려 가며 가시지 않는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마치 고인의 위로처럼 유토피아추모관 평화의광장에는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가 크게 울려퍼졌다.
추모사 낭독에선 동료와 팬이 고인의 음악적인 업적에 감사하고, 독설가가 아닌따뜻한 형이자 아버지였던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리워했다.
부인 윤원희씨는 취재진에 “`사람은 기억`이란 신부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며 “지난 1년간 힘든 중에도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드린다. (남편이) 우리를 계속 지켜줄 거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고인의 의료 사고 논란 이후 1년간 이어진 소송에 대해서도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