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우 `웃찾사`서 테니스 개그로 SBS 코미디 부활 이끌어
안시우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여름까지 SBS TV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찾는 사람들`의 코너 `배우고 싶어요`에 출연했다.
비쩍 마른 젊은이가 무대로 뛰어나와 갈라진 목소리로 외치는 한 마디, `테니스가 배우고 싶어요`는 어느새 유행어가 됐다.
한동안 재미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던 `웃찾사`가 KBS 2TV `개그콘서트`를 위협할정도로 되살아난 데는 안시우의 공이 컸다. 그가 새롭게 선보인 코너 `이야` 또한 인기다.
`웃찾사`가 한때 폐지되고 소속 개그맨들이 뿔뿔이 흩어질 때도 자리를 지켰던 안시우이기에 요즘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한 안시우는 “`웃찾사`를 안 떠나고 계속 버텼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배우고 싶어요`는 한 달 동안 준비한 코너를 저조한 반응 때문에 접은 뒤 엉겁결에 만들었다.
“첫 방송 직후 `사람들이 얼마나 욕할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을 들여다봤어요. 그런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우리 코너가 올라오더라고요. 이게 무슨 난리인가, 싶었죠.”
안시우는 무작정 테니스만 외쳐대는 괴상한 개그가 인기를 끈 원인에 대해 “영구, 맹구, 오 서방을 보면 모두 바보이되 그전까지 보지 못했던 바보”라면서 “제가 맡았던 역도 바보이면서도 신선한 점이 먹힌 것 같다”라고 밝혔다.
안시우는 10년 전만 해도 일본어 여행 가이드를 준비하던 젊은이였다.
평소 개그 프로를 즐겨보던 그는 개그맨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우연히 가입했다.
회원들은 한 번 얼굴을 보기로 의견을 모았고, 2005년 어느 겨울날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시계탑 앞에 모인 10여 명은 함께 개그맨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안시우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방송사 공채 개그맨이 되는 것 자체가 수많은 이들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다.
안시우는 2007년 2월 SBS 9기 개그맨이 됐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비단길이 아니었다.
“제가 `웃찾사`에 들어갔을 시기가 한때 30%를 넘나들었던 시청률이 13,14%로 내려앉았을 때에요. 그 시청률을 타고 쭉 내려갔죠. 그러다 프로그램이 없어지기도 했죠. 아주 춘추전국시대에 들어간 겁니다.”얼굴만 봐도 웃기는 개그맨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안시우의 외모는 평범했다.
동료 사이에서도 `안시우는 안 웃기는 개그맨`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코너에서도 주인공을 맡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개그맨이라고 소개하면 “어디 개그맨이세요? 무슨 코너에 나왔어요?그 코너 아는데 누군지 모르겠네요.”라는 이야기를 듣는 일이 반복됐다.
그는 “다른 사람을 받쳐주는 역할만 7년 하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왜 안 웃길까 하는 고민을 수도 없이 하고 술도 많이 먹었다”라고 설명했다.
2013년 가을 이수한, 양귀비, 장다운과 함께 시작한 코너 `굿닥터`는 안시우의 개그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굿닥터`는 사실상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은 코너였어요. 제 캐릭터가 명확히 있었죠. 그때부터 캐릭터 개그를 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러다 `배우고 싶어요`가 터졌죠.”
그가 어렵게 만난 히트작 `배우고 싶어요`를 반년 만에 접은 이유는 `테니스 하는 애`로만 남고 싶지 않아서다.
“인기가 시들해지는 걸 `코너에 물이 빠진다`고들 표현하는데, 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만 좀 해라` `저것밖에 못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어요.”
안시우는 곧바로 새 코너 `이야`를 무대에 올렸다. 우리가 평소 일상에서 봤을 법한 어린이들의 장난을 소재로 삼은 코너다.
샛노란 빵모자에 유치원복 차림의 안시우가 쇼핑몰에서 마네킹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는 데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안시우는 부침이 많은 개그계에서 `코너를 안 하면 슬럼프가 온다`는 생각으로 버텨왔다. 그는 지금도 공연장과 방송국, 그리고 강아지가 기다리는 집을 오가면서 개그의 꿈만 꾼다.
“꿈이요? 일단 `웃찾사`가 지금처럼 일요일 밤을 계속 지켰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심형래 선배처럼, 안시우 하면 재미있는 사람으로 각인되길 간절히 바라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