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과거 UN 가입을 철저히 거부하였다. 물론 우리의 유엔 동시 가입안도 반대하였다. 북한은 남북한의 동시 가입 안을 `조국의 영원한 분단책`이라고 비난하였다. 그러던 북한이 1991년 8월 8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702호와 1991년 9월 17일 제46차 유엔총회 결의 제1호를 통해 우리와 함께 유엔 동시 가입을 선택하였다. 남북은 유엔 가입 직후인 1991년 12월 13일 남북은 총리간의 `남북 기본합의서`까지 체결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유엔 가입은 북한 당국의 국제적 위상을 좁히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제재 결의안을 통과 시킨 바 있다. 유엔총회는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안보리가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북한 당국의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하였다. 북한은 이 같은 유엔 인권 결의안을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력히 반발하였다. 올해도 북한 인권 결의안은 유엔에 회부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북한은 국제 원자력 에너지 기구(IAEA)처럼 섣불리 유엔을 탈퇴도 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입장에 처해 있다.
북한은 곤혹스러운 입장을 탈피하기 위해 유엔에서 유화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다. 북한의 자성남 대사는 지난 달 본국의 공관장 회의도 불참하면서 유엔 외교활동을 전개하였다. 더욱 주목할 것은 이번 북한의 유엔 부대사 안명훈의 유엔 연설 내용이다. 그는 북한이 핵을 개발한 것은 미국의 핵위협에 대한 핵 억지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강변하였다. 자신들은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적 의무를 다 하겠으니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하였다. 물론 미국은 북한의 이러한 요구를 인정치 않고 무시하였다. 이어서는 그는 남북 대화와 한반도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한반도의 통일이 한반도의 안정과 동북아 평화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발언 요지이다. 북한의 부대사가 유엔 총회에서 통일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며 초유의 일이다.
북한 대표부의 이러한 발언의 배경은 무엇일까. 그들의 유엔에서의 발언은 북한의 대 유엔 외교의 변화 조짐인가. 북한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유엔을 통한 대미 접근을 원활히 하려는 전술적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그 동안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 시험 등 국제적으로 비난받는 일탈된 행동만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북한 당국은 미국에 대하여 `평화 협정` 체결을 요구하였지만 미국이 이를 들어줄리 만무하다. 한편 북한의 이러한 유화적인 태도는 중국도 의식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안심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 대표가 이례적으로 남북 대화와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남북의 대화 없이는 국제적 지지도 얻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여기에는 집권 4년차인 김정은 정권이 군부를 등에 업고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북한의 대미, 대 유엔 외교의 노선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북한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북한의 대외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라라기 보다는 변화의 조짐이라는 평가는 가능하다. 결국 이번 북한 부대사의 발언은 국제적으로 비난받고 있는 북한의 이미지 개선용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북한의 외교적 전술 변화를 미국뿐 아니라 서방 국가들이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상황 변화에 따라 다시 핵위협 등 강경한 외교정책을 구사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 내외의 총체적 위기 앞에서 정책과 노선을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지 않고는 그들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기 때문이다. 북한이 유엔 등에서 정상적인 외교를 펼칠 때 남북 간의 정상적인 대화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