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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무용론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09-17 02:01 게재일 2015-09-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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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제정헌법 제43조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기 위하여 필요한 서류를 제출케하며 증인의 출석과 증언 또는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에 의해서 국정감사는 비롯됐다. 영국과 미국은 `상시청문회 제도`여서 매일 국정을 감사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일년치를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기형적인 변종이다. 그런데 검찰이 서류 제출과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 검사의 기소권 행사에 대한 국회의 간섭은 사법권의 침해로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5·16 이후 “다만 재판과 진행중인 범죄수사·소추에 간섭할 수 없다”란 단서조항을 붙였다.

1972년 유신헌법에 의해 국감이 폐지됐다. 감사원의 감사권만 남고, 국회의 국정 감사·조사권은 “실효도 없으면서 너무나 소모적”이라는 이유로 없앴다. 당시 국감이 요구한 서류는 7만3천695건으로, 서류 한 건 검토에 5분씩 잡는다 해도 280시간이나 걸리니, 20일 정도의 국감 기간에 다 읽을 수도 없다. 그래서 불거진 것이 `국감무용론`이었고, 유신정권은 이 여론을 받아들였다.

그후 16년만인 1987년 노태우정권이 국감을 부활시켰다. 민주화운동의 결과물인 6·29선언에 의해서였는데, 지금도 국감무용론은 꾸준히 고개를 든다. 13시간 기다리게 해놓고 13초 질문하고, 종일 기다리게 해놓고 그냥 돌려보내고, 국회의원 갑질용으로 “증인채택하겠다” 협박한다. 이번 국감에서는 경찰총수를 불러놓고 모형권총을 주면서 “조준 격발을 시연해보라”고 요구한 국회의원도 있었다. 아이들 골목대장놀이도 아니고, 경찰청장 망신주기도 아니고, 시정잡배나 마피아 행동대원 훈련도 아닌 일이 자행됐고, 전국 경찰을 분개하게 만들었다. 국방위원회 국감에서는 국가기밀이 마구 폭로됐다. 비공개로 해야 할 말을 공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적행위를 한 것이다. 수준·자질미달 국회의원들 때문에 국감때 마다 무용론이 불거진다. 국회의원이 엉뚱한 짓을 하면 뽑아준 사람들이 욕을 먹는다. `말 없는 다수`의 무서움을 보여줄 때가 됐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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