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유신헌법에 의해 국감이 폐지됐다. 감사원의 감사권만 남고, 국회의 국정 감사·조사권은 “실효도 없으면서 너무나 소모적”이라는 이유로 없앴다. 당시 국감이 요구한 서류는 7만3천695건으로, 서류 한 건 검토에 5분씩 잡는다 해도 280시간이나 걸리니, 20일 정도의 국감 기간에 다 읽을 수도 없다. 그래서 불거진 것이 `국감무용론`이었고, 유신정권은 이 여론을 받아들였다.
그후 16년만인 1987년 노태우정권이 국감을 부활시켰다. 민주화운동의 결과물인 6·29선언에 의해서였는데, 지금도 국감무용론은 꾸준히 고개를 든다. 13시간 기다리게 해놓고 13초 질문하고, 종일 기다리게 해놓고 그냥 돌려보내고, 국회의원 갑질용으로 “증인채택하겠다” 협박한다. 이번 국감에서는 경찰총수를 불러놓고 모형권총을 주면서 “조준 격발을 시연해보라”고 요구한 국회의원도 있었다. 아이들 골목대장놀이도 아니고, 경찰청장 망신주기도 아니고, 시정잡배나 마피아 행동대원 훈련도 아닌 일이 자행됐고, 전국 경찰을 분개하게 만들었다. 국방위원회 국감에서는 국가기밀이 마구 폭로됐다. 비공개로 해야 할 말을 공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적행위를 한 것이다. 수준·자질미달 국회의원들 때문에 국감때 마다 무용론이 불거진다. 국회의원이 엉뚱한 짓을 하면 뽑아준 사람들이 욕을 먹는다. `말 없는 다수`의 무서움을 보여줄 때가 됐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