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철 SBS `용팔이`서 의리의 조폭 두목역 인기몰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느릿느릿, 느물느물 풀어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드라마 속 모습이나 눈앞에 마주 앉은 모습이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화제의 드라마 SBS TV 수목극 `용팔이`에서 용팔이(주원 분)와 끈끈한 관계를 맺는 `의리의 조폭 두목` 두철 역의 송경철(63)을 최근 경기 고양시 탄현 SBS제작센터에서 만났다.
소싯적 `깡패수업`을 받았다는 얘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가 드라마 속에서 깡패나 건달 연기를 맛깔스럽게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또 1973년 MBC 6기 탤런트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그가 초창기 단골로 맡았던 배역은 바로 `수사반장`의 범인이었다.
“원래 이런 외모로 배우하기 어려운데 당시 `수사반장`이라는 드라마가 있어서 MBC가 뽑아준 것 같아요. 범인 역할이 필요해서.(웃음) 범인 역은 주로 나하고 이계인 하고 나눠서 했죠.”
송경철은 30~40대 이상에게는 KBS 2TV `파랑새는 있다`(1997)의 `빡빡이 차력사` 등으로 친숙한 얼굴이지만, 그 아래 세대에게는 2010년 SBS TV `자이언트`를 통해 `혜성같이 등장한`(?) 아저씨 배우로 인식되고 있다. 2002년 죽을 고비를 넘긴 후 도망치듯 필리핀으로 가 8년의 공백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한강에서 수상스키를 타다가 큰 사고를 당했죠. 당시 사람들이 다 내가 죽었다고 했어요. 16시간 만에 깨어났지만 만신창이가 됐죠. 근데 그것뿐만이 아니었어요. 내가 미신 같은 건 안 믿지만, 아홉수라는 거 있잖아요? 내가 마흔아홉 때 심하게 아홉수를 앓았어요. 배우로서는 1997년에 `파랑새는 있다`로 KBS연기대상 남우조연상도 받고, 그 전부터 청담동서 운영한 생고기집이 10년간 장사가 아주 잘돼 남부러울 게 없었는데 그 모든 게 하루아침에 사라지더라고요. 그런 상태에서 사고까지 당하니까 바닥을 친 거죠.”
그는 사고당한 몸을 어렵게 치료하자마자 모든 것을 뒤로하고 필리핀 세부로 날아가 버렸다.
“가족도 남겨두고 갔으니 비겁했죠. 그런데 수중에 돈 한푼 없으니까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한 거야. 대인기피증에 걸렸어요. 나도 지금은 사람들을 만나면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 잃고 나니까 죽어버릴까 하는 못된 생각도 했었는데, 세부에 가서 나를 치유했죠. 원래 산과 물을 좋아하니 필리핀서 스쿠버다이빙 강사도 하고 리조트 사업도 하면서 8년을 지냈어요. 그러면서 나를 치유해나갔어요.”
그렇게 필리핀서 잘 지내고 있던 그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데는 40년 지기 친구인 배우 이덕화의 `도움`이 있었다.
“어느 날 덕화가 전화를 했는데 장영철이라는 작가가 세부로 신혼여행을 가는데 나보고 만나서 밥 한끼 대접하라는 거예요. 그때 세부 한인 사회는 내가 쫙 잡고 있어서 여행사들에 전화를 돌려서 장영철이라는 사람이 오면 연락하라고 했고 그렇게 만나 식사를 했죠.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지만 내 친구 덕화가 밥을 사라고 해서 대접을 했어요.”
장영철 작가는 돌아가 `자이언트`를 쓰면서 송경철에게 콜을 보냈다. 2002년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이후 8년 만의 컴백이었다.
`자이언트`가 히트를 치면서 송경철도 복귀에 성공을 했고, 이후 `샐러리맨 초한지` `무사 백동수` `돈의 화신` `기황후`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그는 다시 배우로 재기했다.
“연기는 내가 제일 신나 하는 일이고 너무 좋아요.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앞에 나가 애들 웃기는 것도 좋아하고 원맨쇼도 잘했어요. 전북 부안에서 자랐는데 극장 뒷구멍으로 몰래 들어가 영화도 많이 봤고요. 연기는 내 천직이죠. 필리핀에서 계속 있었더라면 아마 거기서 배우를 했을거예요.(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