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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빙고의 밝고 정많은 모습, 저와 닮았죠”

연합뉴스
등록일 2015-08-27 02:01 게재일 2015-08-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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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은 tvN `오 나의 귀신님`서 이색 무속인 연기로 주목
“제가 작품 전에 점쟁이 할아버지를 찾아가서 우문으로 `처녀 귀신은 어떻게 잡아야 되요?` 했더니 `처녀귀신은 한이 많고 차가운귀신이니 따뜻하게 잡아라`라고 하시더라고요. 무릎을 탁 쳤죠. 그 말이 저에게는 이 작품의 키와 같았어요.”

최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귀신 잡는 무속인 `서빙고` 역을 맡았던 배우 이정은(46·사진)을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이승을 떠나지 않는 처녀귀신 신순애(김슬기 분)를 잡으러 다니면서도 정에 이끌리는 `서빙고`를 맛깔 나게 표현해내 `갓빙고`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는 `역할을 어떻게 준비했냐`는 질문에 “직업보다는 극중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더 신경썼다”며 이렇게 답했다.

그는 “솔직히 무속인 역할이지만 연출인 유제원 PD도 `많이 뛰어야 되니까 뛸 준비하세요`라고만 했지 어떻게 준비하라는 말이 없었다”면서도 “`서빙고`는 PD의 페르소나다. 동선이며 연기의 미세한 부분까지 PD님이 현장에서 내놓은 아이디어로 완성됐다”고 공을 돌렸다.

서빙고는 극 후반 한을 풀고 하늘로 떠난 순애를 그리며 눈물을 보였다. 오갈 곳 없는 순애를 돌봤던 서빙고는 엄마와 같았다.

아직 미혼인 그는 “부모님이 장사하시고 바쁘셔서 할머니 손에 컸는데 그래서인지 옛날 사람들의 표현 방식이 몸에 배여있는 것 같다”며 “장례식장에서 울다가도 `밥 먹었냐`고 묻는, 그런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감성이 익숙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는 극 중 신순애가 서빙고에게 빙의된 장면을 꼽았다. 시청자들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장면이었지만 본인에게는 부담스러운 장면이었다는 것.

이정은은 “보영씨나 슬기씨가 이미 정말 잘해놓은 건데 먹칠을 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됐다”며 “촬영 3일 전쯤 슬기씨한테 대사를 녹음해달라고 해서 계속 들었고 촬영 현장에서도 팁을 구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떤 사람을 묘사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더라. 그런 면에서 보영씨가 참 대단한 것 같다”고 순애에 빙의된 봉선 역을 훌륭히 해낸 박보영을 치켜세웠다.

박보영과 김슬기에 대해선 “둘 다 촬영 전에는 조용한데 `슛`이 들어가면 돌변해서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한다”며 “내공이 대단한 배우들”이라고 했다.

이정은은 인터뷰 내내 유제원 감독과 양희승 작가,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을 칭찬했다.

“자랑을 하자면 끝이 없는데, 쫑파티를 하는데 다들 끝까지 감독님, 작가님 곁을 떠나지 않았어요. 촬영이 늘 즐거울 수만은 없는데 이번 현장은 정말 `이런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일하는구나`싶을 정도로 즐겁고 다들 호흡이 좋았어요. 특히 이런최고의 조합을 만들어준 PD님께 감사하죠. 또 같이 하고 싶어요.”그에게 `서빙고`와 `이정은`의 싱크로율을 묻자 “그렇게 못 먹고 남 등쳐먹고 그러진 않아요”라는 재치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밝고 정 많은 건 비슷하지만 `서빙고`보다는 조금 더 정적이고 여성적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1991년 연극으로 데뷔해 연기경력 25년차인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자신의 연기에 100점 만점에 50점을 줬다.

동선이 자유로운 연극과 달리 한정적인 프레임 안에서 한 장면을 위해 여러 번 촬영을 반복해야 하는 드라마나 영화 연기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고 자평했다.

조금이나마 카메라에 익숙해진 것에 50점을 주고 나머지 50점을 향해 더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곁들였다.

“제 꿈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가는 거에요. 말도 안되지만 정말 그런 목표가 있어요. 나중에 영어로 인터뷰할 걸 대비해서 영어 학원도 다닌다니까요. 나이를 먹을수록 내 자신을 가둬두지 않고 얼굴에 철판 깔고 자꾸 도전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용기를 내서 방송, 영화에 도전했더니 이렇게 단독 인터뷰를 하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잖아요.”이정은은 “많은 분들이 위로 받고 싶어했다는 걸 알게 됐다.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을 기다리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서빙고`를 사랑해주시는 분들 덕에 저 스스로도 참 많이 위로를 받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세상은 변하고 관심은 이동할 테고 저는 그 순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이번 여름이 가기 전까지만 이 `하늘을 나는 기분`을 즐기려고요. 그 이후엔 또 지금까지처럼 열심히 `노동`해야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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