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근 디자이너 `복면가왕`서 복면 제작… `마리텔`도 출연 인기
황재근(39) 디자이너는 요즘 방송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패션계 인사다.
MBC TV `복면가왕`의 복면 디자이너로 얼굴을 알리더니 최근엔 `마이 리틀 텔레비전`까지 출연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황 디자이너는 “의상 디자이너지만 옷만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어서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노래왕 퉁키` `매운맛을 보여주마 고추아가씨` `꽃을든 꽃게` 등 재치있는 이름만큼이나 재기 발랄한 모양의 복면은 `복면가왕`이 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 디자이너는 복면 제작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계속 와서 안 받았는데 문자가 와서 `복면가왕` 팀이라고 하더라”며 “너무 급하다고 사정을 하기에 다음날 MBC에 가서 미팅했는데 이번엔 테스트해보게 샘플을 만들어오라고했다”고 전했다.
벨기에 엔트워프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해 자신의 브랜드를 가진 소위 `엘리트` 디자이너인 그는 “이런 식으로 일해본 적이 없다”며 항의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제작진은 한 술 더 떠 `2~3명의 디자이너가 돌아가면서 작업할 것`이라고 기선을 제압하더니 그가 가지고 온 샘플도 까다롭게 지적했다. 그의 자존심을 자극한 제작진 덕분에 고민할 새도 없이 복면 디자인을 시작했다.
황재근은 “시어머니 100명의 잔소리를 듣는 기분이었다”며 “만들어가면 자꾸 뭐라고 하니까 오기가 생겼다. 이런저런 말 나오지 않게 원천봉쇄를 하고 싶어 더 완벽하게 하려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두 번의 녹화를 끝내고야 제작진은 그의 디자인을 신뢰하기 시작했다.
“제가 의상 디자이너지만 모자나 헤어피스, 액세서리에도 관심이 많은데 그 점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제작진의 독촉도 있었지만 저도 이 복면도 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쓸데없게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2주에 10~12개의 복면을 만들고 녹화가 있는 주에는 녹화 전날인 수요일부터 `복면가왕`에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한다. 녹화 현장까지 가서 가수들의 요구에 맞춰가면을 수정해주는 일까지 하고 나면 금요일엔 그야말로 `뻗어버린다`.
디자이너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에 잦은 방송활동이 혹시 독이 되지는 않을까.
그는 “사실 브랜드 일에 지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람들이 가진 디자이너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다고 했다.
황 디자이너는 “예민하고 다른 사람 불편하게 한다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대중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다”며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이 너무 거리감을 느끼지 않고 `저렇게 웃길 줄 아는, 유쾌한 디자이너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시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최근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모델 김진경과 함께 출연해 의상 리폼 방법을 알려줘 화제가 됐다.
그의 모습은 하이톤의 목소리와 과장된 제스처까지 방송에서 희화화돼 있던 전형적인 디자이너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진짜로 일할 때는 그런 모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 `일은 무겁게 하되 에티튜드(태도)는 가볍게 하자`는 주의에요. 책임감을 갖되 더 즐겁고 유쾌하게 하자는 거에요. 그래야 스트레스를 덜 받고요. 사실 `마이리틀 텔레비전`이 제 사활을 걸고 해야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잖아요. 대중들이 가볍게 볼 수 있게 해야 하니까 조금 더 가벼운 모습을 보여 드리는 거에요.”
황 디자이너는 “`복면가왕` 스태프도 엄청 까다로운데 `마이 리틀 텔레비전` 스태프는 더 하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그는 아직 방송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은 듯했다.
“`마리텔`에선 그 누구도 고정은 아니고 언제까지 출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가 보여 드릴 게 굉장히 많아요. 도예 전공에 인테리어 자격증도 있고, 그림도 그리고요.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