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 `뷰티 인사이드`서 매일 얼굴이 바뀌는 남자와 로맨스 연기
“이수가 그런 치명적인 결점을 고백할 만큼 놓칠 수 없는 여자인가”라는 의문은 적어도 그 역을 맡은 여배우의 얼굴이 스크린을 꽉 채우고 있을 때만큼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 정도로 배우 한효주(28)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백감독)에서 화사한 미모를 한점 흐트러짐 없이 펼쳐놓는다.
개봉을 앞둔 10일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효주는 이에 대한 질문에 “비결은 조명”이라며 웃었다.
“(광고 감독 출신인) 감독님이 시각적으로 예민하다 보니 여배우가 안 예쁘게 나오는 걸 못 보시는 것 같아요. 촬영을 종일 하더라도 새벽 1, 2시가 넘어가면 바스트숏과 클로즈업은 못 찍는다는 식이었어요. 감독님한테 누가 되면 안 되겠다 싶어 저도 피부관리 진짜 열심히 다녔어요. 이렇게 얼굴에 신경 쓰면서 찍기는 처음이에요.” 외모 관리 외에도 한효주는 이 영화에 “제작자의 마음으로 임했다”고 할 정도로특별한 애정을 쏟으며 현장을 챙겼다.
그 마음이 쉽게 이해될 만큼 이 작품은 `한효주의 영화`다.
이야기의 단초는 매일 얼굴이 바뀌는 우진이 제공하지만, 그런 설정 때문에 우진 역은 고정된 배우가 아니라 수십 명 배우가 돌아가며 맡았다. 따라서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우진과 사랑에 빠지면서 혼란을 겪는 이수 역의 한효주다.
한효주는 배우로서 자신도 “신비로운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낯섦과 설렘이 공존하는 현장이었어요. 두 번 다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저에게도 처음이라 특별했죠. 신기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이야기가 판타지여서 연기가 필요할 걸로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연기 같지 않더라고요. 이수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거예요.”
우진 역은 이범수, 박서준, 이진욱, 김주혁, 김상호, 유연석 등 남자 배우들뿐 아니라 박신혜, 천우희, 우에노 주리, 고아성 등 여자 배우들도 번갈아 맡았다.
한효주에게는 여배우들과 연인 호흡을 맞추는 것 역시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저도 찍기 전에는 감정이입이 쉽게 될까 싶었어요. 그런데 되긴 되더라고요. 워낙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들이어서 현장에 오니 그냥 우진이더라고요. `사람이란 성별을 떠나서 사람으로 보일 수 있구나` 깨닫게 됐어요. 남자 배우들과 연기할 때보다 여배우와 연기한 다음에 확신이 더 섰어요. 어떤 배우가 나와도 우진처럼 나올 수 있겠구나 하고요.”
독특한 설정 덕에 우진과 이수가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장면이 많지만, 무엇보다체코 프라하를 배경으로 이수가 여러 모습의 우진과 만들어내는 키스신은 이 영화의명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한국에서 블루스크린을 배경으로 하루에 찍은 장면이에요. 저는 그 자리에 계속 있고 우진 역의 배우들이 왔다갔다하면서 찍었어요. 좋기도 하면서 이상하기도 하면서, 이런 건 두 번 다시는 없겠다 했죠. 저에게도 일생일대의 키스신이었어요.”
한효주는 이런 특이한 환경에 놓인 이수라는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그는이수를 `그릇이 큰 여자`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우진을 그렇게 품고 사랑할 수 있다는 건 마음의 크기가 대단하기 때문이라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혼란과 갈등에 아프기도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이잖아요. 그게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저도 많이 배웠어요.”
한 번쯤은 이수처럼 사랑해 보고 싶다는 그에게 실제로 이성과 만날 때는 `주는쪽`인지 `받는 쪽`인지 물었다.
“워낙 일에서 여유가 없다 보니 주로 받는 쪽이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워커홀릭`처럼 일했거든요. 기회가 있다면 헌신하고 희생하고 나를 몰아넣는 사랑을 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그런 사랑은 힘들 텐데`라고 지적하자 웃으며) 딱 한 번만요!”
올해 2월 `쎄시봉`, 이번 `뷰티 인사이드` 개봉에 이어 한효주는 쉬지 않고 차기작인 `해어화`를 찍고 있다.
그는 하면 할수록 “겁이 날 정도로” 연기라는 일이 좋아진다고 했다.
“너무 욕심부리면 나중에 저만 다칠까 봐 내려놓으려고 노력하기도 해요. 그냥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전보다 (마음가짐이)좀 더 `심플`해진 것 같기도 해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