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사태`에 데뷔 20년 이래 가장 큰 위기 맞은 김준호
개그맨 김준호(41)는 KBS 2TV 공개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맏형이자 터줏대감이다.
우리를 늘 포복절도하게 했던 김준호는 작년 말부터 신문 사회면 기사에 여러 차례 등장하면서 데뷔 20년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김준호가 콘텐츠 부문 대표를 맡았던 코코엔터테인먼트가 김우종 공동대표 공금횡령 사건을 계기로 결국 파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는 코코엔터가 국내 코미디계를 이끄는 최대 개그맨 기획사였다는 점에서 더 씁쓸한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김준호측과 코코엔터 일부 주주들 사이에 회사 폐업과 관련한 진실공방이 이어졌고 김준호도 송사에 휘말렸다.
21일 강남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준호는 “여러분에게 웃음을 드려야 할 개그맨이 도리어 인상을 찌푸리게 해 죄송하다”라는 말부터 꺼냈다.
“코코사태 이후 마음이 무겁고 힘든 날들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좀 나은 데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 많은 곳에 가는 게 꺼려졌어요. 사람들이 절 보면 `파산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할까 봐요.”
김준호는 그에 대한 여론이 언론 보도에 따라 널을 뛰는 가운데서도 `개콘`과 버라이어티 `1박 2일` 출연을 계속했다.
김준호는 “머릿속에서 광대는 광대라고 계속 생각했다”라면서 “시청자들을 웃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텼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개콘`에서는 두드려 맞으니 차라리 편했다”라면서 “다만 `1박 2일`은 다른 출연자들이 절 걱정해주고 오히려 제 눈치도 보고 하니 힘들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준호는 후배 개그우먼 이국주와 개그맨 지망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창 국주가 돈을 벌 때였잖아요. 국주가 코코에서 받을 돈이 억 단위였는데 제가 챙겨준 게 많지 않아요. 일단 금전적으로는 국주에게 제일 미안하네요. 그리고 개그맨 지망생이 50여 명 있었는데 뿔뿔이 흩어졌어요. 회사가 공중분해 되면서 아이들이 고민하는데 제가 어떻게 하라고 충고를 해줄 수가 없더라고요.”
김준호는 올해 3월 코코엔터 대표이사 권한대행을 맡은 유모 씨로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소당했다.
유씨는 코코엔터에서 이사로 활동했으며 JD브로스라는 새 기획사를 차린 개그맨 김대희도 같은 혐의로 고소하면서 이들의 행위로 본 손해가 상당액이라고 주장했다.
김준호는 “파산관재인이 지금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다”라면서 “개인적으로 소송 걸린 문제는 검찰에 송치한다고 하는데 무혐의로 나올지 결과는 잘 알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준호는 다소 억울함을 표하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제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제가 코코엔터 15% 지분을 가진 주주이자 대표 중 한 명이었잖아요. 회사 투명성을 신경 썼어야 했는데 너무 방심했어요. 콘텐츠 하는 사람들이 너무 방만한 것 같아요. 밖에서 하는 활동만 알았지, 내부 살림은 잘 몰랐어요.”
김준호는 일단 무혐의가 날 때까지 기다린 다음, 김대희의 JD브로스로 옮겨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대희 형이 (코코엔터) 개그맨들을 챙기겠다면서 다 데려갔는데 제가 다른 회사로 간다면 쓰레기 취급을 받지 않겠냐”라고 설명했다.
김준호는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제3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무거운 직책을 맡았는데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코미디 장르가 생겼으면 좋겠다”라면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저도 (이번 일을 계기로) 정신 차리고 잘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