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여자를 울려`서 악녀연기로 얼굴 알린 한이서
“저도 지난 시간 제가 어찌 견뎠는지 신기할 때가 많아요. 부모님 덕분이죠. 믿고 응원해주셨어요. 무엇보다 저 스스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시청률 20%를 넘어 인기를 얻고 있는 MBC TV 주말극 `여자를 울려`를 통해 얼굴을 알린 한이서(30)를 최근 광화문에서 만났다.
한이서는 극중 재벌가의 막내딸 강진희 역을 맡았다. 도도하고 안하무인에 거침없는 아가씨로, 평생 살면서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은 게 없었다.
그런 강진희가 가난한 집안의 가장이자, 비뚤어진 야망으로 무장한 유부남 경철(인교진 분)과 불륜에 빠지면서 경철을 손에 넣으려고 물불 안 가리고 덤볐다.
시청자들은 처음 보는 여배우의 등장에 호기심을 드러냈다. 경철과 그의 부인 덕인(김정은) 사이에서 체면도 집어던진 채 사랑을 쟁취하려 돌진하던 강진희의 모습은 밉고도 안쓰러웠다.
“`여자를 울려` 역시 오디션을 통해 출연하게 됐어요. 늘 오디션에서 떨어져 왔기에 이번에 배역을 맡게 됐다고 연락을 받고서도 믿지 못했어요. 촬영을 시작하고 방송이 될 때까지 아버지한테조차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믿을 수가 없어서요. 첫회 예고편에서 제 모습이 나오자 그때서야 실감이 나더라고요.”
“첫회 방송을 마치 공포영화를 보듯 숨죽이며 봤다. 내 모습이 너무 생경했다”며 웃은 그는 “그렇게 기다리고 노력해온 연기였는데 매번 촬영 끝나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내 부족함을 돌아보며 자책했다”고 말했다.
한이서는 특이한 톤의 목소리로 강진희의 도도함을 한층 살리기도 했다.
“PD님이 제 목소리가 유니크해서 좋다고 하셨어요. 어디에 있어도 구별할 수 있는 목소리라고 평가해주시더라고요. 제 목소리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전 장점으로 생각하려고요.”
초등학교 때 테니스 선수로 활동했던 그는 중3 때 연기로 진로를 바꾸고 국악예고에 진학했다.
“엄마가 중학교 때 연극을 처음으로 보여주셨는데 완전히 꽂혔어요. 그 길로 진로를 바꿔서 국악예고 음악연극과로 진학했고 대학에서도 연기를 전공했습니다.”
2004년 `태왕사신기`에서 배용준의 호위무사로 출연하면서 TV로 진출했지만 이후 기회는 좀체 오지 않았다.
“오디션을 보러 갈 때마다 `그나이 먹도록 뭘 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비참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버텼어요. 남들이 무시한다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계속 오디션을 봐야겠지만 이제는 `여자를 울려`를 내세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웃음)”
한이서는 우여곡절 끝에 최근 개봉한 영화 `따라지:비열한 거리`에서는 여주인공 미송을 맡았다. 영화는 사창가 윤락녀로 빚을 떠안고 살아가는 미송의 신선한 삶을 그렸지만 흥행에 실패했고, 한이서도 이 영화에 대해 언급을 꺼려했다.
“그 영화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한이서는 “이제 출발점에 섰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쉬지 않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