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많은 논란에도 미스코리아는 아직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왜 미스코리아를 진선미로 나누어 뽑을까? 사람들마다 미의 기준이 다른데 왜 1, 2, 3등을 진선미로 뽑을까? 미스코리아라면 당연히 `미`가 1등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진선미에 위계가 있고 이를 미스코리아에 적용한 것일까?
철학에서 뭘 배우는지 종종 사람들이 묻고 한다. 그러면 그들에게 미스코리아에서 무엇을 뽑는지 물어본다. 진선미라고 대답하면,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해준다. 그런데 아주 예전엔 진선미는 하나였다. 즉 참된 것이 좋은 것(선)이며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러나 막스 베버가 말하듯 서양 합리주의가 발전하면서 진선미는 분화되기 시작하였다. 합리화과정을 그는 인지적, 미학적, 도덕적 영역들을 서로 분리시키는 전문가 문화가 유럽에서 출현한 것으로 묘사한다. 이 구성요소들은 각기 진리문제, 취향문제, 선의 문제로 전문화된다. 그래서 우리가 전문가에게 많은 권위를 주는 이유는 그만큼 그들이 세분화된 영역에서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점점 세분화되고 깊어짐으로써 그들의 전문적 영역은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말로 되어 갔다. 서양에서는 이런 과정을 합리화 과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분야에서만 깊이 아는 전문가는 외눈박이일 수밖에 없다. 옛날 어르신들이 젊은이들을 보고 헛똑똑이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철학이 철학자만의 어려운 이야기가 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요즘 학문에서는 융합과 통섭이 화두이다. 통섭은 여러 사물에 막힘이 없이 두루 통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어쩌면 학문뿐만 아니라 사람도 전문가가 아니라 전인적 인격이 더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이상형(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