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동 씨(서울 지방검찰청 검사장), 김금수 씨(서울 초대 병원 병원장), 김금남 씨(새한일보 정치부 차장) 부친상, 박영수 씨(오성물산 상무 이사) 빙부상 - 김금연 씨(세화 여대 가정과 교수) 부친상, 지상옥 씨(삼성 대학 정치과 교수) 빙부상, 이제이슨 씨(재미, 사업) 빙부상 = 7일 하오 3시 10분 신촌 세브란스 병원서 발인 상오 9시 364-8752 장지 선산
그런데 누가 죽었다고? ”- 김승희, `한국식 죽음`전문
시의 형식이 낯설지만 어렵지 않다. 자세히 읽어보면 이 속에 우리들의 일그러진 모습이 담겨 있다. 부고임에도 불구하고 망자에 대한 명복이나 상주에 대한 위로는 없다. 오직 상주의 사회적 레테르가 중요할 뿐이다.
공교롭게도 시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의 한 사람이 `박영수`이다. 시적 상황은 박영수의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 그런데 그의 처가는 시쳇말로 빵빵하다. 처남들이 검사장, 병원장, 신문사 차장 등이다. 동서들도 잘 나가는 자리에 있다. 대학교수, 사업가 등이다. 그의 부인 김금연씨도 가정과 교수이다. 그런데 처제들은 별 볼일 없는 모양이다. 이름 석 자 없는 것을 보니.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지위는 부고에도 이렇게 영향을 미친다. 오직 중요한 것은 상주든 망자든 사회적 영향력이다. 아들아, 아버지는 이런 세상을 살았다. 내가 너한테 공부하라는 이유를 알겠느냐?
/김종헌(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