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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는 가뭄에 단비였다

등록일 2015-06-18 02:01 게재일 2015-06-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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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전체가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메르스는 한 달 넘게 물러갈 기미가 없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 대통령은 외교를 젖혀두고 `국민 위로`에 몰두한다. 정치권은 “대통령 사과부터 하라”면서 “박근혜정부 들어 불운만 이어진다”며 정치공세를 편다. `메르스 괴담`은 전염병보다 무섭게 재생산되고, 민심은 갈수록 뒤숭숭하다. 이럴 때에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을 박인비 선수가 가져왔다.

그는 15일 미국여자골프(LPGA) 투어에서 메이저대회를 3년 연속 제패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로써 박인비는 메이저대회 3연패를 달성한 3번째 선수가 되었다. 남여 골프를 통털어 메이저 3연승과 메이저 3연패를 함께 이룬 것은 박인비가 유일하다. 뿐만 아니라 2위를 한 김효주는 14번홀에서 홀인원을 했다. “세계골프는 한국 낭자들의 놀이터”란 시기 질투 섞인 평가가 나오지만, 우리나라로서는 이보다 기쁜 소식이 없다. 의기소침해 있던 국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돌게 했다. 특히 10번홀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고도 버디를 잡아낸 것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을 연상시키면서 국민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한국 여자골프는 왜 세계를 놀라게 하는가. `맏언니` 박세리가 LPGA에 진출한 1998년 이후 지금까지 약 30% 가량을 한국 여자가 석권하게 됐는데, 그해에 박세리가 우승하면서 `세리 키즈`를 낳았다. 골프천재라 불리우는 김효주, 태권소녀 출신의 김세영, 장타자 장하나, 지난해 국내 신인왕 백규정 등 스타들이 줄을 이었다. 외국 선수들은 중·고교때부터 골프를 시작하는데, 한국 선수들은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골프채를 잡는다. 딸의 재능을 미리 알아차린 부모들의 권유에 의한 조기교육이다.

선수들이 LPGA로 대거 이동한 것은 2016년 리우올림픽 때문이다. 그 때부터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데, 선수라면 누구나 올핌픽 무대를 꿈꾼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세계랭킹 15위까지 우선적으로 자동출전권을 주기로 했고, 국가별로 최대 4명까지 선발된다. 결국 올림픽 무대에서도 한국낭자들끼리의 경쟁이 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박인비는 박세리에 이어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일은 시간문제다. 40세 이상, 심사위원회 통과 등 규정이 있기는 하나, 박인비는 그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한국 양궁과 마찬가지로 골프도 정신력이 관건이다. 박인비는 어떤 난관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방심하거나 한눈을 팔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 꼭 중요한 시점에서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항상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 나의 골프철학”이라고 했다. 부동심·항상심 수련이 그의 성공 비결이었다. 우리 국민들도 그런 정신력으로 이번 메르스와 가뭄을 이겨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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