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페리클레스`서 아버지 유인촌과 한무대 선 배우 남윤호
지난달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상연된 연극 `페리클레스`는 남윤호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늙은 페리클레스를 맡은 유인촌과 함께 젊은 페리클레스로 무대에 오른 남윤호(본명 유대식·31)는 연기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세간의 관심은 오히려 그가 유인촌과 부자관계라는 점에 더 쏠렸다.
지난 7일 저녁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열린 유시어터 개관 15주년 축하행사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남윤호는 “뒤늦게 부자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기보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주목받는 게 섭섭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 오히려 편하다. 오히려 이제 더 마음 편하게 공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연기를 시작하고 초반에는 (아버지가) 의식돼 연기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온전히 제 힘으로 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양정웅 연출이 이끄는 극단 `여행자들` 소속인 그는 `페리클레스`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극단이 새롭게 선보이는 연극 `정글북`에 출연 중이다.
지난 5일 아버지 소유의 유시어터에서 막을 연 이 연극에서 그는 1장에서 주인공격인 흰 물개 `코틱`을 맡아 연기력이 `페리클레스`에만 국한되는 게 아님을 보여줬다.
최근 잇달아 비중있는 역할을 맡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는 사실 연기경력이 3년밖에 안되는 신예다.
원래 영화감독을 꿈꾸며 영국 대학에서 영상학을 전공한 그는 군 복무 중 연기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찬찬히 생각해보니 연기를 해보지 않으면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2008년 제대하고 이듬해 미국으로 연기 공부를 하러 갔습니다.”
제대 후 갑작스럽게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밝힌 그에게 부모님은 예상과 달리 큰 반대 없이 승낙했다고 남윤호는 말했다.
“부모님이 `원래 하고 싶은 걸 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어서요. 특히 아버지는 선뜻 `하고 싶다면 해봐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는 일단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미국 UCLA 대학원 연기 전공으로 진학했다.
“한학기가 지나자 내 길이 맞다는 판단이 들었다”는 그는 3년 과정을 마치고 귀국, 2012년 국립극단의 `로맨티스트 죽이기`로 데뷔했다.
당시 연출을 맡은 양정웅 `여행자들` 대표와 인연을 맺고 `여행자들`에서 본격적인 배우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정글북` `못` `로미오와 줄리엣` `홀스또메르` `리어` `페리클레스`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한 단계씩 밟아나갔다.
그는 “어린 마음에 아버지와의 관계가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다”고 `남윤호`라는 예명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작명소에서 사주와 본명에 부족하다는 부분을 넣어서 이름을 지어오셨다는데 본명보다 세련됐고, 이름을 바꾸고부터 일이 끊이지 않아 만족한다”며 웃었다.
그렇게 아버지와 `거리두기`를 하던 그가 아버지와의 관계가 드러나는 것에 덤덤할 수 있게 된 것은 자신의 연기에서 엿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을 목격하고, 아버지를 연기자 선배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말했다.
“가끔 제가 대사해놓고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서 놀랄 때가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공연을 봤는데 보고 자란 게 그거다 보니 어쩔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듭니다.”
그는 또 지난달 페리클레스 공연을 앞두고 석달 가량 같이 연습하면서 아버지를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 연기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배운 점이 많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페리클레스는 뜻깊은 무대였어요. 제가 어느 정도 배우로 자리잡은 뒤에 또 한 번 아버지와 한무대에 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그는 그러나 아버지의 이름에서 온전히 벗어나 배우 남윤호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 아들로 보는) 그런 시선이 분명히 있겠지만 시간이 필요하고, 실력으로 보여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제가 열심히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그는 아버지처럼 연극을 넘어 TV나 영화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싶은 욕심도 내비쳤다. 그는 “제가 영상을 전공하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을 통해 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서 “제안만 들어온다면 감사히 받아들이고 싶다”고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