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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연기는 시간이 주는 내공 같아요”

연합뉴스
등록일 2015-04-08 02:01 게재일 2015-04-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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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서이숙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서 악독한 선생 모습 그려내
다들 그녀를 보면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난다고들 한다.

예순을 바라보는 중년 아저씨도, 막 학교를 졸업한 여대생도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녀는 바로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나말년 선생이다.

1980년대에 교편을 잡은 나말년은 썩은 가지는 애당초 잘라 내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학생들을 철저히 성적으로 편 가른다.

시청자들은 자신의 철학에 반기를 든 학생 김현숙(채시라 분)을 학교에서 쫓아낸 나말년 선생의 악독함에 치를 떨었다.

이름을 나현애로 바꾸고 우아한 강남 사모님으로 돌아온 그녀를 보면서 다들 또다시 분통이 터진다는 반응이다.

한 회에서도 나말년과 나현애를 무시로 넘나들며 우리를 극에 몰입하게 하는 배우 서이숙(48)을 최근 전화로 인터뷰했다.

“깜짝 놀랐죠. 아픈 영혼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우리 드라마 보는 사람들이 다들 자신을 괴롭혔던 선생님들을 떠올린다고 하더라고요.”

서이숙의 자연스러운 연기 뒤에는 그 또한 나말년과 견줄만한 선생을 겪은 경험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이 들었다.

서이숙은 “그런 경험은 없었다”면서 “제가 원체 무딘 편이라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지 `선생님 왜 그러세요`라고 말해본 적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야기 끝에 “다만 옛날에 학생들이 `귓방망이`를 맞는 일은 많이 있었다. 왜 그렇게 학생들을 심하게 때렸는지 모르겠다”면서 안타까움 섞인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이숙의 연기는 분노한 나현애가 우아함을 걷어내고 나말년 시절의 본색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제 연기가 몰입도가 높다고요? 아유, 고마워라. 제 연기는 단지 시간이 주는 내공 같아요. 세상에 정말 공짜는 없어요. 시간을 투자한 만큼 답을 주는 것 같아요.”

서이숙은 본인 표현대로 “안방극장에서 신선한 얼굴”이지만 이미 연극계에서는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배우다. 배드민턴 코치를 하다가 무작정 연극무대에 뛰어든 서이숙은 단역이나 조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들 떠날 때 한우물만 팠어요. 어쩌면 무식함이 주는 단단함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항상 `적어도 10년은 해야지, 뭐라도 되지`라고 말하셨던 것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고요.”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는 김혜자와 채시라, 장미희, 도지원 등 두말할 필요 없는 연기력의 여배우들이 포진해 있다.

서이숙은 “김혜자 선생님 연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배우들이 행복해 한다”면서 “결과 격이 다른 배우”라고 평가했다. 드라마에서 `철천지 원수` 사이인 채시라 또한 “그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범생이`(모범생) 배우”라는 게 서이숙의 설명이다.

그는 모두 궁금해하는 나말년의 최후에 대해 “나말년과 김현숙이 화해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어쩌면 김현숙이 나말년을 먼저 용서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TV가 얼마나 무서운 곳이에요. 다들 연기에 대해 귀신같이 알잖아요.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늘 생각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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