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헐벗으면 나라가 망하고, 살림이 무성하면 나라도 흥한다”하는 것은 세계사가 증명한다. 신라 말기에 숯으로 음식을 조리하고 난방할 정도였다면, 백성들은 참나무와 소나무로 숯을 구워 나라에 바치기 바빴을 것이고, 산은 민둥산이 돼갔고, 국가는 멸망의 길을 걸었을 터. 그러나 당시에도 `국가가 관리하는 숲`을 지정해 보호했고, 후대에는 그린벨트로 묶었으며, 전국 곳곳에 산림애호(山林愛護) 구호를 써붙이고, 산도감이란 직책을 두어 감시를 했다. 그후 연탄이 보급되면서 `연료혁명`이 시작됐고 산을 푸른 옷을 입어갔다.
그런데 소나무를 너무 심은 것이 탈이었다. 솔잎혹파리가 창궐해서 소나무가 붉은 빛으로 죽어가더니, 급기야 소나무재선충이 극성을 부려 소나무가 말라죽는다. 유독 소나무에 피해가 집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4철 푸른 산이 보기 좋다고 소나무를 집중적으로 심은 탓이다. 산이란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섞여 있어야 서로 단점을 보완하며 건강하게 유지되는데, 소나무 일색이니 `도와줄 다른 나무`가 없다. 또 소나무에는 진이 많아 산불에 엄청 취약하다. 소나무 머리에 불이 붙으면 그것이 불꾸러미가 되어서 바람에 날아가 근처에 옮겨 붙는다.
산불에 강한 나무가 참나무와 은행나무다. 꿀밤은 산짐승의 먹이가 되고 도토리묵이 된다. 은행나무는 그 잎이 혈액순환제로 쓰이고 약차로 마신다. `소나무 망국론`을 이야기하는 산림전문가들도 있는데, `푸른산`은 이제 그만하면 됐으니, 경제수종을 많이 심을 일이다.
/서동훈(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