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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은 서로가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5-03-30 02:01 게재일 2015-03-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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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살아계실 제 비유적으로 말하기를 즐겼다. 그것이 속담인지 당신만의 어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를테면 `손 큰 어미 장 퍼 나르듯 한다`, `꽃도 한철 문장도 한철` 이런 말을 흔히 썼다. 각각 살림살이와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었다. 인사에 선후 없다, 라는 말도 아버지에게서 자주 들었다. 인사에는 어른 아이 순서가 정해진 게 아니니 서로 예의를 지키는 게 좋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두 젊은 연예인이 야외 녹화를 하다가 다툼이 붙었다. 세 살 어린 쪽이 반말 뉘앙스를 풍기며 대꾸를 해서 언니 쪽이 폭발해 욕설을 했단다. 마주친 손바닥이 소리 나듯 잘잘못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네티즌들의 갑론을박 속에서 `예의` 부분을 받아들이는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다. 나이 어린 쪽이 싸가지 없이 반말을 했으니 언니 쪽에서는 흥분할 만하다는 거다. 화가 난 이유는 분명히 복합적인데 왜 당사자는 상대의 반말 부분에서 자제하지 못했고, 그것을 자신의 실수 이유로 꼽았을까. 이런 사건들을 볼 때마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예의를 다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통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아무리 연예계라도 세 살 차이 나는 정도에서 절친 관계가 아니라면 서로가 존대를 하는 게 맞지 않나. 어느 한 쪽은 상대가 맘에 들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쏟아낼 수 있고, 다른 한쪽은 나이가 조금 적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제 언행을 억눌러야 한다면 이건 잘못된 소통 방식 아닌가.

`도덕교육의 파시즘`에서 김상봉 교수가 말했다. “한국의 도덕교육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지켜야 할 예절은 가르쳐도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지켜야 할 예절은 가르치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윗사람으로서 무례하고 폭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둘 다 잘못한 사안에 대해 어느 한 쪽이 예의를 지키지 않은 점만 부각해 분하다고 한다면 그곳은 여전히 경직된 사회이다. 예의는 서로가 지키는 것이지 낮은 자가 높은 자에게 행하는 일방적 헌사나 참음은 아니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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