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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있었기에 가능했던 연기같아요”

연합뉴스
등록일 2015-03-23 02:01 게재일 2015-03-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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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 MBC `킬미힐미` 통해 16년 연기인생 절정 맞아
사실 후폭풍이 클 것 같아 되게 겁나요. 나중에 생각이 날 텐데, 그때가 되면 헤어나오기 힘들 것 같아요. 부담도 없었고, 자신도 있었고, 잘 마쳐서 고맙고 다행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하지만 그는 잘 안다. 이러다 얼마 후, 사람들 사이에서 잠잠해질 때쯤 조용히 그리고 강력한 후폭풍이 오롯이 그의 몫으로 닥쳐오리라는 것을.

배우 지성(38)이 담담하게 진행해나가던 인터뷰 말미 결국은 이렇게 고백을 했다.

지금이야 실감도 안나고 다 비워내 멍한 상태지만, 7가지 인격을 가진 범상치않은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쓰레기통을 한 번에 말끔히 비워내듯 자신을 리셋(reset) 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을 터다.

MBC `킬미힐미`를 통해 연기인생 16년의 절정을 맞이한 지성은 최근 인터뷰에서 “현실에서 곧 아빠가 되기에 빨리 차도현이라는 캐릭터를 떠나보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킬미힐미`라는 작품과 차도현이라는 캐릭터는 제3자가 보기에도 배우 지성에게 쉽게 작별을 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듯하다.

그만큼 그는 오래 기다렸고, 마침내 그 순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지성은 `킬미힐미`를 통해 평생 받을 찬사를 한꺼번에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늘 노력하는 연기자였고, 준비된 배우였다. 아무리 기다려도 `찬란한 순간`이 오지 않았을 뿐이다.

1999년 데뷔 때부터 하나하나 계단을 밟으며 올라왔고 마침내 `좋은 배우`가 됐지만 특급 스타가 되기에는 늘 5%가 부족했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이기도 했고,운이 안 따라서이기도 했다.

그러다 16년 만에 마침내 기회가 왔다. 그런데 끝까지 드라마틱했다. `킬미힐미`는 돌고돌아 막판에 지성의 손에 안겼기 때문이다.

“(제게 캐스팅 제안이 오기 전) 시놉시스를 미리 봤어요. 7가지 인격이라고 하는데 제가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꼭 하고 싶었는데 처음엔 인연이 안 닿았다가 나중에 제게 왔죠. 캐스팅이 늦게 돼서 촉박한 시간 내에 준비해야 했지만 자신 있었습니다. 또 김진만 PD님이 저를 믿고 지켜봐 주셨기에 제 진심을 담아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지성은 바로 지금이었기에 자신이 차도현을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배우가 한 작품 안에서 남녀노소의 희로애락을 동시다발적으로 연기하는것은 웬만한 내공으로는 닿을 수 없는 영역이다.

“때가 온 것 같아요. 저도 길다면 긴 연기 인생을 보내면서 조금씩 쌓아온 게 있고 그러면서 한결 여유로워진 게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하면 제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지를 이제는 알게 됐어요. 7가지 인격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인격을 집중해서 연기해야 했는데 그게 가능해진 거죠.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연기를 해낸 것 같은데, 그게 바로 지금이니까 가능했던 것 같아요. 저도 방황하는 시간들이 있었는데, 지금보다 빨리 차도현을 만났다면 이만큼 못해냈을 겁니다.”

“1999년 SBS `카이스트`로 데뷔한 지성은 `올인` `왕의 여자` `애정의 조건`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뉴하트` `태양을 삼켜라` `김수로` `로열패밀리` `보스를 지켜라` `대풍수` `비밀`까지 쉼 없이 페달을 밟았다. 일찌감치 한몫하는 배우로 올라섰지만, 욕심과는 달리 `한방`이 터지지는 않았다. 그러다 잊고 있던 순간 `킬미힐미`가 터졌다.

지성은 “인기와 관심을 너무나 바랐을 때는 오지 않더니 다 내려놓으니 이런 날이 온다”고 담담히 말했다.

배우가 되고 싶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라도에서 상경한 지성은 배우가 되기 위해 세트장에 몰래 들어가 대본을 훔치는가 하면, 잘 곳이 없어 지하철역(여의나루역)에서 노숙을 하기도 했다.

반듯한 이미지와 달리 밑바닥 경험도 해봤고, 늘 자신보다 위에서 각광받는 스타들을 보며 타는 목마름도 느껴봤던 그 세월이 있었기에 오늘날 7개의 인격 연기가 가능했고, 그에 따른 찬사도 거머쥘 수 있게 된 것이다.

“`킬미힐미`는 제가 배우로서 존재하고 있구나 느끼게 해준 작품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만족합니다. 또 이번 연기를 하면서 제 마음도 치유한 작품이에요. 저는 그동안 저를 사랑할 줄 몰랐어요. 그런데 이제는 저를 사랑할 줄 알게 됐어요. `너 그동안 정말 잘했다`는 말을 제게 하고 싶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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