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고(深痼)라는 말이 있다. 주로 고치기 어려운 깊고 중한 병을 말하는데 주로 마음의 병을 일컫는데 쓰인다. 그만큼 마음의 병이 고치기 어렵다는 뜻이다. 사실 깊고 중한 병이라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암이나 기타 위중한 병명이 마음병보다 더 앞자리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마음병이 중한 병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그 고통의 크기가 다른 어떤 질병과 비교해도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병은 우리나라에서는 화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쌓인 화를 삭이지 못해 생긴 몸과 마음의 여러 징후들이 모여 화병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만 있는 정신과적 질병이라는데 왜 억울한 일이나 한스러운 일을 우리나라 사람만 자주 겪는 걸까. 암묵적으로 이데올로기화된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우리 특유의 문화가 이런 현상을 불러일으킨 측면도 있다.
화병이 깊어지면 우울증이 되고 이것은 사회공포증이나 대인기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사람 없는 치유, 관계없는 자기 성장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화병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사람과 사회의 관계망이 어긋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그렇다고 그 관계망을 완전히 벗어나서 살아갈 수는 없다. 사람끼리 상처를 주는 것도 맞지만 사람이 사람을 긍정하게 하는 요소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관계망이 긍정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마음병이 오기 전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적이 없다는 것은 다른 말로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인생을 맞추고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에 나오는 말이다. 마음병을 덜 오게 하려면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기를 포기하면 된다는 현명한 가르침이랄까.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