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 내달 40주년 앨범 발매… 전인권·조영남 등 동참
그런데 제가 하나밖에 없는 청바지를 벗지 않고 있으니 어느 날 `대수 씨, 깨끗하게빨아주겠다`고 하더군요. 집에 와서 빨랫방망이를 두들기며 빨아주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하하.” `히피 문화의 선구자` `한국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로 불리는 한대수(67)가 다음달 초 데뷔 40주년 앨범 `리버스/리버쓰`(Reverse/Rebirth)를 발표한다.
한대수는 11일 전화 통화에서 앨범에 수록될 신곡 두 곡 중 한 곡인 `내 사랑`에 얽힌 사연을 이렇게 말하며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 시절을 추억했다.
`내사랑`은 이때 쓴 곡이지만 가사가 유치해 발표하지 않았다고 한다.
`내 사랑은 꿈 같이 내 옷을 빨아준다`는 첫 소절로 시작해 `애교와 설교 없어도 내 발 만져주지요`로 이어지는 노랫말이 무척 재미있다.
그는 “가사가 느끼하고 유치해 발표하지 않았는데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은손무현 씨가 재미있다고 해 수록하게 됐다”며 “손무현 씨가 B파트를 작곡해서 합작으로 완성했다. 아주 들을 만한 곡”이라고 다시 웃었다.
또 다른 신곡 `나는 졌어`는 최근에 만든 노래다. 평소 미국의 슈퍼 파워를 우려하며 세계 평화를 노래하고, 경제 공황과 사회 문제 등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준 그다운 곡이다.
그는 “요즘 알다시피 국내와 세계적으로 이상한 사건들이 자주 일어난다”며 “특히 국내에선 가장이 집안을 해체하는 범죄가 많이 생긴다. 사람들이 실패하면 인정하면 되는데 그걸 숨기고 아니라고 생각하니 일어설 기회가 없다. 인간의 태도에 대한 노래로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일어서자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앨범에는 동료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한 그의 곡 10곡이 담긴다. 그는 “내 음악을 뒤집어서 재탄생시킨다”는 의미의 앨범 제목답게 수려한 편곡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전인권은 `자유의 길`, 조영남은 `바람과 나`, 윤도현은 `행복의 나라로`, 호란은 `그대`, 이현도는 `물 좀 주소`, 강산에는 `옥의 슬픔`, 이상은은 `원 데이`(OneDay), 몽니는 `멍든 마음 손에 들고` 등을 불렀다.
또 신대철, 김도균, 김목경, 손무현은 한대수의 블루스곡 `런 베이비 런`(Run Baby Run)을 협연했다.
한대수는 “내가 노래할 때 이들의 기타 솔로가 등장하는데 한국의 대가(大家)들이 각기 다른 스타일로 협연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수록곡 중 `하루아침`은 참여 뮤지션들이 함께 불렀다.
`하루아침 눈뜨니 기분이 이상해서/ 시간은 11시 반, 아! 피곤하구나/ 소주나 한 잔 마시고 소주나 두 잔 마시고/ 소주나 석 잔 마시고 일어났다 (중략) 배는 조금 고프고 눈은 본 것 없어서/ 광복동에 들어가 아! 국수나 한 그릇 마시고/ 빠문 앞에 기대어 치마 구경하다가/ 하품 네 번 하고서 집으로 왔다~.`(`하루아침` 중)그는 “이 곡은 1970년에 작곡했지만 가사가 유신체제에 어긋나는 퇴폐주의 곡이라고 해서 레코드사 사장님이 첫 앨범에서 빼버렸다”며 “젊은 애들이 소주 마시고 치마 구경하러 다닌다며 농담조로 만든 유머 감각 있는 노래였는데 정부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이후 1980년대에 낸 `무한대` 앨범에 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1974년 첫 앨범을 낸 이래 지난 40년에 대해 “참 빨리 지나갔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을 어떻게 넘겼나 싶다”며 “정치적인 상황에 휘둘렸고 경제적인 상황도 어렵고 힘들었다. 그래도 가장 어려운 건 사랑 부분이더라. 첫 번째 마누라도 힘들었고 지금 마누라도 그렇다. 하하. 원래 음악가들이 그런 교통정리를 잘 못한다”고 특유의 유머를 섞어 소회를 전했다.
그는 앨범 발매를 기념해 4월 25~26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콘서트를 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