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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불신이 도를 넘고 있다

등록일 2015-02-24 02:01 게재일 2015-02-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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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방화복을 믿지 못하면 어찌 되겠는가. 목숨을 건 불과의 전쟁에서 소극적이지 않겠는가. 누가 못믿을 방화복을 입고 불 속에 뛰어들어 사람의 목숨을 구하려 하겠는가. 시·도 소방본부는 조달청을 통해 방화복을 구입한다. 업체는 납품 전 일일이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2년간 2개 업체가 검사 없이 넘긴 방화복이 530여 벌이나 되었다. 누군가의 제보에 의해 드러난 사실이다.

업체는 “제품에 하자는 없다. 납품 기일에 맞추려다 보니 검사를 건너뛰게 됐다”고 변명한다. 그런데 그 제품에도 `합격도장`이 찍혀 있다. 인증검사에는 개당 3만540원의 비용이 든다. 업체가 이 비용을 아끼려면 `은밀한 거래`가 형성돼야 하지 않겠는가. “제품에는 하자가 없다”란 업체측의 말을 믿고 싶지만, 소방관들이 믿겠는가.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평균 7명의 소방관이 순직한다. 일본의 2.6배다. 부실장비와 장비 부족도 한 원인일 것이다. 독가스를 마시고 입원중인 소방관도 많다. 그리고 소방직은 경찰직과 달리 지방직이어서 지자체의 재정상태에 따라 대우가 천차만별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서 근무하는 소방관들의 대우는 그만큼 열악한데, 생명줄이나 다름 없는 방화복까지 믿을 수 없게 되었으니, 희생정신과 사명감으로 버티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경주시는 유난히 현수막이 많이 걸리는 도시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는 불법현수막이 적지 않다. 그런데 국회의원, 시의원, 시민단체 등 강자의 불법현수막에 대해서는 단속이 미온적이고, 힘 없는 일반 시민의 생계형 현수막에 대해서는 단속이 엄청 신속하다. 강자의 불법현수막은 열흘 이상 걸려 있는데, 약자의 현수막은 `달고 돌아서면 철거`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일손이 모자라 단속이 늦어지기 때문”이란 말 같지 않은 구실을 둘러댄다. `일손 부족, 예산 부족`은 관리들이 항상 가져다 쓰는 `고전적 핑계`다.

포항시의 행정도 불신의 늪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KTX 개통일을 두고 여러번 오락가락했었다. 중앙정부와 포항시의 발표내용이 서로 달라 혼선을 불러오더니, 이번에는 포항~서울 간 소요시간을 두고도 포항시의 발표가 불신을 자초했다. `2시간 10분대`인 차편은 20편 중 단 2편 뿐이고, 그 외에는 2시간 24분에서 2시간 45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한 발표를 거듭하면 양치기 소년의 “늑대요 늑대. 정말 늑대요”꼴이 난다.

또 정부가 삼척과 영덕에 각 2기씩 건설하려던 원전 4기를 영덕 쪽에 모두 건설하려는 것으로 알려져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신규원전 입지나 물량 등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 논의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는데, 원전정책은 꼼수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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