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만 신곡 `너 늙어봤냐…` 발표<BR>커버 영상 조회수 100만 건 기록
“라디오 프로그램을 34년간 진행했으니 직장인이나 다름없었죠. 8년 전 라디오에서 `명퇴`(명예퇴직) 하면서 본격적으로 노래를 다시 하기 시작했어요.”16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서유석(70)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친근하고 익숙했다.
포크 1세대인 그가 1970~80년대를 가로지르며 들려준 노래뿐 아니라 수십 년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그 음색이었고, 수많은 연예인이 흉내 내던 성대모사의 오리지널 말투였다.
성대모사 덕인지 젊은이들에게도 목소리가 친숙하다고 인사하자 그는 “요즘은 성대모사를 안 하니까 섭섭하더라”며 푸근한 웃음으로 답했다.
1970년대 `가는 세월`로 큰 사랑을 받은 서유석이 1990년 11집 `홀로아리랑` 이후 25년 만에 신곡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를 발표했다.
그는 “1973년 TBC 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시작으로 MBC 라디오 `푸른 신호등`을 18년 6개월간 진행하는 등 방송을 하느라 앨범을 낼 겨를이 없었다”고 긴공백을 설명했다.
“라디오를 그만둔 뒤 음악을 다시 만들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지금 노인 세대가 사회의 심각한 문제이고 해방둥이인 저 역시 어느덧 그 세대가 됐더군요. 그런데 `풀죽어 있을 필요가 없지 않나`란 생각에 동기 부여가 됐습니다.”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란 가사로 시작되는 신곡은 쉬운 멜로디에 경쾌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 후렴구의 코러스가 조화를 이룬 컨트리풍의 포크송이다.
특히 사회의 중심축에서 한켠으로 밀려난 노년층의 현실과 남은 삶에 대한 의지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노랫말은 세대를 아울러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포용력이 있다.
그가 김민기, 양희은 등이 활동한 명동 YWCA 노래모임 `청개구리` 출신으로 `철날 때도 됐지`, `파란 많은 세상`, `세상은 요지경`, `타박네` 등 초창기 곡들부터 4집 `걸작집`까지 사회를 향한 풍자와 냉소에 가감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노래들은정권에 의해 금지곡이 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신곡은 이보다 한층 정감 있지만 꼿꼿한 노래꾼 특유의 날은 무뎌지지 않았다.
정곡을 찌르는 가사와 서민적인 정서는 공감의 폭을 넓히며 입에 착착 붙는다.
그 덕에 이 곡은 음원 공개 전인 지난해부터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소리없이 강한 반향을 일으키며 퍼져 나갔다. 정식 발표 전에 뜬 셈이다.
16일 기준 유튜브 조회수 83만 건을 넘어섰고, 이후 생겨난 커버 영상들의 조회수까지 합하면 100만 건을 기록했다.
서유석은 “동세대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었고 젊은이들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일깨워주고 싶었다”며 “우리 세대뿐 아니라 젊은층도 이 곡에 공감했다는 댓글이 많아 고맙더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