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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산골 목사의 눈물

정철화기자
등록일 2015-02-05 02:01 게재일 2015-02-0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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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이식수술 받았지만 수술비 없어 `발동동`”<BR>“어떻든 퇴원해야 교회 건축 마무리 할텐데…”

교회 신축에 혼신을 쏟았던 포항산골 미자립교회 목사의 투병기가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권세훈<사진> 영일교회 목사(53·예장합동)는 지난 24일 대구 동산병원에서 신장이식수술을 받고 일반병실로 옮겨져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권 목사는 신장병을 앓으며 10년 전부터 하루 수차례 신장 투석을 해왔고 갈수록 신장기능이 떨어져 신장이식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권 목사는 성하지 않은 몸이였지만 교회신축에 모든 정성을 쏟았다. 그는 주위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권했지만 `나보다 교회가 우선`이라는 소신으로 치료비까지 바쳐서 교회건축에 매달려 왔다.

교회는 8년 6개월 전 교회 부지를 매입했지만 신축 자금이 없어 4년 전 겨우 건축허가를 받은데 이어 지난해 4월 마침내 착공에 들어갔다.

권 목사는 신장이식 신청을 해놓았지만 신장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아 수술을 포기하다시피해 있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장기이식을 신청한 지 8년 만인 지난해 교회 건물 착공과 함께 신장기증자가 잇따라 나타났다.

그렇지만 권 목사는 수술비를 구하지 못해 4번이나 수술 차례를 미뤄야만 했다. 결국 올해 `생명이 위험하다`는 병원측의 진단과 강권적인 수술권유를 받아들여 5번째의 신장기증자로부터 신장이식수술을 받았다.

영일교회는 지대가 높아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으로 불리는 죽장면 상옥의 일명 `먹방골`에 위치해 있다. 먹방골은 사방이 산을 둘러싸여 있으며 40여 가구의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신부전 환자인 권 목사는 병원이 멀어 집에서 매일 4~5차례씩 복막투석을 해왔다. 그를 돌보는 아내(51)마저 최근 들어 신장 기능이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은 상황이다.

권 목사 부부가 이 교회를 섬긴 지는 올해로 13년째. 성도 수는 노인 3명이 전부다.

권 목사는 해병대 복무중에 하느님을 만났고 기도를 하던 중 “하나님이 허락하시면 주의 종이 되겠습니다”고 서원했다.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35세에 신학대학에 입학하면서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권 목사는 당초 청소년 사역 전문 목회자를 꿈꿨다. 하지만 2003년 서울의 한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중 병원에서 예상치 못한 진단을 받았다. 신장기능이 40%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건강 때문에 하느님과의 약속을 어길수 없어 산골오지인 영일교회를 스스로 찾았던 것.

권 목사는 영일교회 부임 이후 교회 건축을 준비했다. 교회 재정 등 전반적인 여건을 우선 고려했다. 현재 위치한 교회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1천322㎡(약 400평)부지를 마련해 82㎡(약 25평) 되는 단층 건물에 예배당과 주방, 사택을 짓기로 했다. 총 건축 비용은 1억1천500만 원 정도로 잡았다.

권 목사는 본인의 신장이식수술 비용으로 수년 동안 조금씩 모아뒀던 돈과 문중 유산으로 받은 돈까지 모두 헌금하는 등 건축에 박차를 가했다. 소속된 예장합동 경동노회의 도움도 힘이 됐다. 지난해 4월 건축을 시작한 교회는 올 상반기 중 완공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6천만 원 정도 되는 건축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자신의 신장이식수술비와 뇌사기증자 장제 지원비 400만 원 등 2천만 원의 돈도 마련해야 할 형편이다.

권 목사는 “병원에서 퇴원을 해야 어떻게든지 하나님과 약속한 교회건축을 마칠 수 있을 텐데”라며 자신의 건강회복보다 교회 신축를 더 걱정했다.

연락처 : 010-2741-3229(권세훈 목사).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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