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환, MBC `오만과 편견`서 신인답지 않은 열연으로 주목
특히 `누나`들에게는 `훈훈함`이 마구마구 피어나는 `연하남`으로 어필했다.
해가 바뀌어 만 스무살이 된 신인 배우 이태환은 그렇게 한 편의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지난 13일 막을 내린 MBC TV `오만과 편견`에서 이태환은 검찰수사관 강수 역을 맡아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태권도 유단자 출신 훤칠한 외모의 강수는 마약사범도 쫓고 조폭들과도 육박전을 펼치는 `액션맨`이지만 성격은 `순둥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수줍음이 많고 착하고 맑다. 또 한참 연상의 검사 한열무(백진희 분)에게 반해 짝사랑의 가슴앓이를 깊게 했다.
지난 19일 광화문에서 만난 이태환은 “두달에 걸쳐 오디션을 치렀는데 작가님이최종 미팅에서 `네가 딱 강수`라고 하셨다”며 소년처럼 환하게 웃었다.
“실제로도 강수랑 비슷한 점이 많아요. 순둥이 같은 면도 있고, 지금껏 연애 한번 못한 `모태 솔로`이기도 하고요.(웃음) 매사 긍정적으로 밝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188㎝에 건강하고 환한 미소를 뽐내는 이태환은 만 15세 때 모델로 데뷔했다.
하지만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은 연기.
“어려서부터 TV에 나오는 연기자들이 부러웠어요. 연기할 때만큼은 제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5년간 모델로 활동하면서 이런저런 일을 많이 배웠고 많이 겪었어요.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그걸 이겨낼 만큼 연기가 너무 재미있어요.”
모델 활동을 하다 2013년 봄 신인 배우 5명이 결성한 그룹 서프라이즈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싱글음반을 낸 그는 웹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과 tvN `고교처세왕`으로 연기를 시작한다.
그는 `고교처세왕`에서 단순무식해서 우스꽝스러운 고교 아이스하키 선수를 연기하며 `오만과 편견`에서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이 안 될 정도.
“`고교처세왕` 때는 운동선수 역이라 일부러 근육을 더 키워 지금보다 덩치가 커 보였어요. 체중도 3㎏이 쪘고요. 그때는 남자 고등학생 삼총사가 몰려다니는 설정이라 코믹함을 강조했죠.”
`오만과 편견`은 15년 전 발생한 두 명의 아동에 대한 납치 및 살인, 살인미수에 관한 사건을 다룬 드라마다. 그 두 명의 아동 중 살아남은 한 명이 커서 강수가 된 것으로 이는 극 중반 이후 드러났다.
전반부까지는 착하고 순한 모습으로 어필했던 이태환은 이를 기점으로 잃어버렸던 과거의 기억이 조각조각 깨어나면서 감당하기 힘든 고통 속으로 빠져든다.
“제가 드라마의 키 역할을 하다보니 부담감이 엄청 컸어요. 또 한동안 제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다른 한명의 아동(한별이)일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저도 많이 헛갈렸어요. PD님도 제가 한별이가 아니라고 확실하게 얘기를 안해줬기 때문에 한동안 저도 실제 강수가 빠져있던 혼란 속으로 빠져들어 연기를 했습니다. 만일 진짜로 제가 한별이로 밝혀졌으면 저도 `멘붕`에 빠졌을 것 같아요.(웃음)”그는 “순한 애로만 생각하고 강수를 연기했는데 강수가 과거의 기억을 되찾으면서 저도 우울해졌고 촬영이 없을 때도 갑자기 울컥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엄청난 사연을 안고 사는 인물이라 강수는 자다가 가위에 눌리는 연기, 믿고 있던 인물의 뒷모습을 보고 경악하는 연기 등을 후반부 잇달아 펼쳐야했다. 그리고 신인치고는 합격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저라고 순탄하게만 살아온 것은 아니고 가정사 등 굴곡이 있었지만 그래도 강수처럼 엄청난 경험은 해보지 않아서 연기를 하는 게 어려웠어요. 막연하게 강수와 같은 상황에 처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머릿속은 복잡하고, 호흡도 잘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떠올리며 연기를 하니 실제로 귀에서 `삐~` 소리가 나고 숨이 안 쉬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가위눌리는 장면을 찍고 PD님한테 칭찬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 게 바로 연기하는 쾌감인 것 같아요.”그는 “내게 `오만과 편견`은 대작이나 같다. 더 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지만, 쉽지 않은 역할을 해냈다는 뿌듯함도 크다”고 말했다.
다음에는 액션이나 사극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사람들이 절 많이 알아봐주시는 것도 신기했고, 인터넷 댓글이 많이 달리는 것도 신기했다”며 “더 유명해지고도 싶지만 그보다는 연기자로서 인정을 받는 게 목표”라고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