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크로, 감독·주연作 영화 `워터 디바이너` 홍보차 내한
러셀 크로는 19일 역삼동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워터 디바이너`에는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모국애와 전쟁에 대한 감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는 28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워터 디바이너`는 제1차 세계대전 중 터키에서 벌어진 전투로 세 아들을 모두 잃은 조슈아 코너(러셀 크로)가 아들의 시신을 찾고자 호주를 떠나 낯선 땅 터키로 향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4살 때 호주로 이주한 뒤 인생의 대부분을 호주에서 보낸 러셀 크로는 “호주는 영국 식민지로 지내다 해방된 이후에도 영국 때문에 제1차 세계대전에 강제적으로 참전했고 그 결과 수많은 호주 청년이 전투에서 숨졌다”며 “당시 호주 인구가 적었기 때문에 타격이 컸고, 아직도 이 사건은 호주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8만명의 전사자를 낸 갈리폴리 전투 이후를 그린 `워터 디바이너`는 호주 아카데미 영화제에 작품상을 비롯한 9개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러셀 크로는 “한국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많은 상실감을 겪은 만큼 (영화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러셀 크로는 “작품 선정을 신중하게 하는 편인데 닭살이 돋을 정도로 감동을 받으면 그 작품을 택한다”며 “이 작품을 봤을 때 나한테 잘 맞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감독을 하겠다고 나선 것보다 이 작품을 나를 선택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러셀 크로는 “작품을 시작할 때 지인에게 자문하는데 리들리 스콧 감독과 론 하워드 감독의 조언은 실제로 도움이 안 됐다”면서 “벤 스틸러는 `주연이기도 하니 네연기에도 신경을 써라`는 얘기를 해줬는데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글래디에이터`(2000), `뷰티풀 마인드`(2001)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그는 영화에 앞서 오랜 기간 연극 무대에 서 왔다.
러셀 크로는 “매일 아침 5시 공원에 가서 솔잎을 치우고 소원을 쓰고 다시 솔잎으로 덮곤 했다”면서 “호주에서 이렇게 일찍 일어나 활동하는 사람은 배우로서는 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절제와 노력이 내 성장 기반”이라며 “다른 배우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성공 비결을 밝혔다.
러셀 크로는 차기 연출작은 베트남 난민의 얘기를 다룬 `해피 레퓨지`라고 소개했다.
청바지에 후드 집업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러셀 크로는 유창한 발음의 한국어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고, 카메라를 향해 `브이`(V) 자를 그려 보이거나 자신의 한글 이름이 적힌 명패를 들어 보이는 등 장난기 가득한 모습도 선보였다.
지난 17일 입국한 그는 이날 오후 7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리는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하는 등 영화 홍보 일정을 소화한 뒤 오는 20일 출국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