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미생`으로 스타덤에 오른 변요한… “아직 갈 길 멀었죠”
그런데 실제로 이 말을 한 배우 변요한(29)은 차분하고 조용하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했다. 한석율은 그야말로 연기였다. 변요한은 한석율과 많이 다른 사람이었다.
“제가 낯가림이 심해요. 동갑내기 남자들과는 친해지면 잘 어울려도 선배님이나 여성 분들과는 말을 잘 못해요. 강소라 씨와도 드라마 끝나고야 말을 놓았고, 극중 성대리 역의 태인호 선배와도 촬영 내내 `안녕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만 했어요.(웃음)” 역시 상당히 수줍어하고 어색해하며 그가 한 말이다.
신드롬을 일으키며 막을 내린 `미생`에서 오지랖 넓고 인간미와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한석율을 연기하며 스타덤에 오른 변요한을 지난 5일 광화문에서 만났다.
“한석율은 제게 굉장히 낯선 인물이고 당황스러운 캐릭터였습니다. 동시에 제가 가장 사랑했고 친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선물 같은 캐릭터였죠.” `인생은 한방`이라는 말이 있듯, 연예계에서도 히트작 하나로 그 전과 후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변요한도 `미생`으로 단박에 스타덤에 오른 경우다.
나름대로는 독립영화를 수십편 찍었고, 그를 통해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대중이 그를 알게 된 것은 `미생` 덕분이다.
“물론 그렇긴 하지만 제가 그동안 아무것도 안한 건 아니기 때문에 (단번에 떴다고 말하면) 좀 서운한 면도 있어요.(웃음) 계속 이런저런 공을 치다가 이번에 `한방`을 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에 취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인기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앞으로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지금의 인기를 체감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석율 전이나 후나 변요한은 달라진 게 없거든요.”
`목격자의 밤` 등 30여 편의 단편영화를 거쳐 `들개`로 장편영화 신고식을 치렀던 변요한은 첫 드라마 `미생`에서 제대로 된 한방을 날리면서 마이너 무대에서 메이저 세상으로 나왔다.
“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신다”며 웃은 그는 “어머니도 중학생 시절 이후 제게서 사라졌던 애교와 귀여운 모습을 한석율을 통해 다시 보게됐다며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한석율을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으로 `따발총 대사`를 꼽았다.
“정적인 역할만 해왔고, 실제 제 모습과도 많이 달라서 한석율의 대사를 소화하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PD님이 `리드미컬하고 다이내믹하고 창의적이며 유쾌하게`하라고 주문하셨는데(웃음) 대사량이 많아서 외우기도 벅찬데 거기에 리듬을 넣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또 큰 액팅도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 역할을 맡고 커피숍에 가보니 그전까지는 눈에 안들어오던 상사맨들의 액션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분들은 실제로 한석율처럼 손짓, 발짓 크게 하시고 액팅이 크세요. 아,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느꼈죠.”
`변태 단발`이라는 헤어스타일에 온갖 참견을 하는 캐릭터로 드라마의 유머와 코미디를 상당부분 책임지는 한석율이었지만, 변요한은 “한석율은 절대로 우스운 존재가 되면 안됐다”고 강조했다.
“변요한은 우습게 보여도 되지만 한석율은 절대로 우스워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되게 멋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연기했습니다. 생각이 분명하고 열정적이잖아요.”
그는 “과연 내가 이 대본대로 해낼 수 있을까 매번 두려웠고 마침내 해내고 집에 갈 때의 기쁨이 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