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단순하게 보이는 그 이분법적 삶은 실제 한층 다층적이고 복잡오묘하게 짜여 있다. 밝거나 어두움의 표면을 장식하기까지 수많은 심적 세포가 점조직처럼 움직인다. 내 밝음과 어두움이라는 표피는 내 안에서 들끓는 감성과 이성의 혼합물이다. 그렇게 복잡하게 얽혀 나타나는 삶의 겉면에 대해 우리는 기왕이면 밝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어두운 이면을 감추고 싶어 하는 만큼 전면은 밝게 포장되기를 즐긴다. 예를 들면 SNS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일상은 생의 전면인 밝음에 속한다. 내남없이 맛난 음식 먹은 것을 자랑하고 가족애를 과시하며 추천도서를 올린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딱 그만큼의 생의 이면인 어둠이 우리를 잠식한다. 하지만 어둠이 휩쓸고 간 흔적을 굳이 소셜네트워크에 남기지는 않는다. 내 밝음은 자랑하고 내 어둠은 감추려드는 것 그것이 인간 심리의 실체적 진실이기 때문이다.
한 다발의 삶, 한 줄기의 삶, 한 다짐의 삶, 그렇게 묶음으로 울다 지쳐 남은 허기로 평화로이 웃는 것. 반대로 한 묶음으로 평화로이 웃다가 남은 허기로 쓸쓸히 울기도 하는 것. 그것을 한 생애라 하자. 벽에 걸린, 환히 웃는 가족사진의 먼지를 훔치다가 구석진 곳에 젖어 내린 벽지를 발견하고 덜컥 주저앉아 솟구치는 눈물을 주저앉히는 일, 그것을 한 꽃잎이라 하자. 깊어진 곰팡내와 축축한 습기의 골방에서 한 줄기 햇살을 만나거나 그 빛 속에 남실대는 먼지의 춤을 한 입김이라 하자. 그러니 짧은 삶 깨춤을 추며 기뻐할 일도, 주저앉아 슬퍼할 일도 아니다. 곰팡내와 습기만큼 딱 그만큼의 햇살과 다사로움이 곁에 머무는 것 그것이 한 호흡의 삶인 것을.
/김살로메(소설가)